‘포켓 로켓’ 프레이저-프라이스, 25번째 메달 따고 18년 전설 끝

‘포켓 로켓’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38·자메이카)가 도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을 끝으로 현역 무대를 떠났다. 2007년 세계선수권 일본 오사카 대회에서 처음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지 18년 만이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대회 마지막 날인 21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4x100m 계주에서 21세 쌍둥이 자매 티아·티나 클레이턴과 함께 은메달을 따내며 25번째이자 마지막 국제대회 메달을 추가했다. 경기 후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한 그는 “오늘의 메달은 내 커리어를 장식하는 아이싱 같은 선물”이라며 “이제는 여성과 선수들을 위한 옹호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싱은 케이크 위에 얹는 마지막 장식(cream icing)을 비유한 표현이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세계선수권에서만 금메달 10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개를 포함해 통산 17개 메달을 수확했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3개 등 총 8개 메달을 따내 여자 100m 스프린트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개인 최고기록 10초60은 역대 3위에 해당한다. 2017년 출산 후 복귀해 세계선수권 100m에서 두 차례나 우승하며 ‘엄마 챔피언’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쿄 국립경기장 6만 관중은 그의 이름이 호명될 때 자국 선수 못지않은 환호를 보냈다. 이번 대회 100m와 200m를 석권한 멜리사 제퍼슨-우든(24·미국)은 “어린 시절부터 셸리앤을 보며 꿈을 키웠다. 그녀는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자메이카 동료이자 세계적 스타 우사인 볼트도 BBC를 통해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한 존재”라며 “아이를 낳고도 복귀해 다시 세계를 지배했다. 진정한 레전드”라고 치켜세웠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아토 볼돈 전 세계 챔피언은 “앞으로 모든 100m 커리어는 그녀의 업적을 기준으로 평가될 것”이라며 “역사상 최고의 100m 스프린터”라고 단언했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뜻밖의 불운으로 100m 준결승을 앞두고 기권했다. 경기 전 워밍업 트랙 입장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며 극심한 불안을 겪은 탓이었다. 그는 “지난해는 내 뜻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너무 아팠다”며 “그래서 올해만큼은 내 방식대로 끝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비록 100m 결승에서 6위에 머물렀지만, 20대 초반 선수들과 나란히 경쟁하며 0.19초 차이로 시상대에 근접했다. 마지막 계주 은메달까지 더한 그는 스스로 원하던 ‘완전한 마무리’를 이뤄냈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키가 1m52로 무척 단신이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스타트와 꾸준한 기량을 뽐내며 얻은 별명이 ‘포켓 로켓’이다. 대다수 전문가와 유수 매체들은 그를 ‘역사상 최고의 여자 스프린터’로 꼽는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2011년 제이슨 프라이스와 결혼했고 2017년 8월 아들을 낳았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지난 18년 동안 15차례 세계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2017년 출산 당시)을 제외하고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아들을 위해서도, 또 나 자신을 위해서도 이젠 다른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며 “나는 충분히 이 스포츠에 모든 것을 바쳤다”고 작별을 고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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