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그날처럼… 이다연이 또 이민지 이겼다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81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나란히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세계 랭킹 4위 이민지(29·호주)와 세계 랭킹 114위 이다연(28)의 연장전이 벌어졌다. 둘은 2023년에도 연장 승부를 벌여 이다연이 3차 연장에서 승리한 바 있다.
이다연은 2년 전과 똑같은 하얀 티셔츠에 빨간 치마 차림이었다. 객관적인 기량과 경험에서 밀리지만, 표정은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미 LPGA 투어 메이저 3승을 포함해 11승을 거둔 스타 이민지가 오히려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는 “후원사가 주최하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골프 인생 목표 중 하나”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도 부담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에서 두 선수는 모두 파를 기록했다. 이어 같은 홀에서 열린 두 번째 연장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다연은 투온에 성공했지만 4m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왔다. 손쉽게 파를 지켰다. 이민지는 투온에 실패했고,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남은 2m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평소 같으면 그린에 올리고 성공 확률이 높은 퍼트였다”고 평했다. 2년 전 연장전에서도 이민지는 2차 연장에서 90㎝ 파 퍼트, 3차 연장에서 2m 버디 퍼트를 놓쳤다. 당시 이다연은 9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승부를 끝냈다.
157cm의 작은 체구에도 장타와 강한 승부 근성을 갖춘 이다연은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지난해 팔 수술, 올해 교통사고까지 겪은 그는 다시 우승을 추가하며 통산 9승 고지를 밟았다. 우승 상금은 2억7000만원.
정규 라운드도 극적이었다. 이민지는 17번 홀(파5)에서 약 4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이어 18번 홀(파4)에서는 프린지에서 8m가 넘는 긴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9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다연이 17번 홀에서 믿기 어려운 10.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다시 동타를 만들었다. 이다연은 “2라운드 때 비슷한 위치에서 퍼트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다연은 ‘청라의 여왕’으로 불릴 만하다. 2019년 한국여자오픈, 2023년과 2025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까지 이 코스에서 세 번 우승했다. 긴 코스와 깊은 러프, 굴곡 심한 그린으로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코스지만, 이다연은 오히려 이를 집중력의 원천으로 삼는다. 그는 “믿기 힘든 순간에도 스스로를 믿고 쳤다”고 했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샷 능력을 갖춘 이민지는 청라에서 번번이 우승 기회를 잡고도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2021년 송가은, 2023년 이다연에게 연장에서 패했고, 지난해에는 공동 3위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마지막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박혜준은 이날 3타를 잃고 유현조와 함께 공동 3위(6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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