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높은 분배금 현혹되지 말고 숨은 비용 따져라

상장지수펀드(ETF)는 코스피 같은 특정 지수의 성과를 추적하도록 설계된 펀드를 증시에 상장한 금융 상품이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여러 종목이나 자산을 주제별로 묶어서 팔기 때문에, ETF만 사들여도 자동으로 주식이나 채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변동성을 줄이는 ‘분산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당금, 이자 등 현금성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배분하는 ‘분배금’ 수익도 거둘 수 있다. 이 때문에 처음 투자에 뛰어들거나 차곡차곡 자금을 굴리려는 투자자에게 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융감독원과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ETF 수익률이나 이자·배당 분배금만 보고 투자했다간 기대한 만큼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장 상황과 숨겨진 투자 비용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거래소에 상장한 ETF 종목 수는 총 1019개다. 5년 전인 2020년(468개)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ETF로 사들인 주식과 채권 등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규모도 242조원에 달한다.

ETF는 어디에 투자하는지, 분배금을 받는지, 별도 옵션은 없는지 등에 따라 ‘해외 주식 분배형 ETF’ ‘국내 채권 토탈리턴(TR) ETF’ 등으로 구분된다.
◇높은 ETF 분배율, 제 살 깎아 먹을 수도
정부는 올해 7월부터 해외 자산으로 구성된 ETF에 대해서는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 분배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배형 ETF가 생겨났다. 특히 매월 일정한 분배율을 보장하는 상품은 ‘제2의 월급’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배금을 지급하면 ETF 순자산은 줄어들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배금은 ETF 자산 일부를 떼어 내 투자자들에게 주기 때문에 분배금 지급으로 순자산이 감소하면 ‘기준가(Net Asset Value·순자산을 발행한 좌수로 나눠 책정)’는 하락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을 ‘분배락’이라고 한다.

금융시장이 활황일 때는 분배락이 발생해도 ETF 자산인 주식과 채권 등 가격이 크게 오르며 가치가 금세 회복된다. 하지만 시장이 불황일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예컨대 총좌수(주식의 주와 같은 개념)가 10개인 1억원짜리 ETF 상품에 투자자 10명이 1000만원씩 투자했는데, 첫 달에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약속한 분배율에 맞춰 투자 원금 1억원의 1%인 100만원을 투자자 10명에게 10만원씩 지급해야 하다 보니, 투자 원금에서 1000만원을 빼낼 수밖에 없다. 결국 순자산이 1000만원 줄면서, 자산을 좌수로 나눈 기준가는 1000만원에서 990만원으로 줄게 되는 것이다. 불황 때는 분배율이 높을수록 이 같은 가치 하락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숨겨진 투자 비용도 꼼꼼히 따져야
ETF도 펀드의 한 종류인 만큼 운용하는 데 돈이 든다. 자산운용사에 운용 보수를 줘야 하고, 각종 회계·사무 비용도 처리해야 한다. 또 ETF를 관리하는 은행에 신탁보수도 줘야 한다. 이런 비용을 통틀어 ‘총보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총보수와 함께 회계 감사나 법률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한국거래소에 납부하는 지수 사용료 등 기타 비용까지 합친 ‘합성총보수(TER·Total Expense Ratio)’도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일부 ETF는 기타 비용이 총보수를 뛰어넘는 탓에 합성총보수가 총보수의 2배 이상인 경우도 있다. 금감원은 “특히 장기 투자로 ETF를 고려하는 경우에는 투자 비용이 누적될수록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합성총보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 가격’과 ‘기준가’를 함께 봐야
전문가들은 ETF를 사고팔 때 단순히 시장 가격만 보고 결정해선 안 되며, 반드시 기준가를 같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ETF의 시장 가격이 투자자 예상보다 높더라도, 기준 가격보다 낮다면 팔아치울 때가 아니다. 기준가는 ETF 자산을 좌수로 나눈 값이라, 자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가격이 오른다. 결국 시장 가격이 기준가보다 낮다는 건 ETF를 운용해 자산이 늘어난 규모가 시장에서 과소평가돼 있다는 얘기여서 시장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ETF 시장 가격이 싸 보이더라도 기준가보다 높다면 비싸게 사는 것이다.
또 ETF는 높은 접근성과는 별개로 자산 구성을 파고들면 굉장히 복잡하다. 또 여러 옵션이 걸려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본인이 투자한 ETF의 자산 구성 내역(PDF)을 주기적으로 꼼꼼히 확인하고, 운용사가 공시하는 투자 전략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튜브나 SNS 등에 떠도는 추천 글만 보고 ETF를 사들였다간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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