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재건축 수주전… 건설사들 ‘럭셔리 마케팅’

이미지 기자 2025. 9. 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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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제안서 화보집처럼 꾸며
해외 유명 설계사무소 참여도

이달 초, 압구정2구역 현대 아파트 조합원들의 집 앞에 ‘오운 더 100(OWN THE 100)’이라 쓰인 하얀 박스가 배달됐다. 박스를 열자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상징인 주황색을 입힌 잡지 3권이 등장했다. 얼핏 유명 디자이너의 화보집처럼 보이는 이 잡지는 사실 현대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재건축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입찰 제안서’다. 프랑스 유명 디자인 스쿨인 에콜 카몽도 출신 김종완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명품 브랜드 화보집 같은 입찰 제안서가 나왔다는 말에 인근 재건축 조합은 물론, 경쟁 건설사들까지 이를 구하고자 수소문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이 ‘럭셔리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어든 가운데, 사업성 높은 알짜배기 사업장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조합원 대상으로 직접적인 홍보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제가 강화된 영향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입찰 제안서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여의도·한남·반포 등 수주전이 치열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앨범형 입찰 제안서를 시도했다”며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버전을 압구정 현대에서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명 설계 사무소를 참여시키는 것도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추세다. 여의도 대교 아파트는 아예 재건축 조합이 영국 헤더윅 스튜디오와 협업을 맺었고, 압구정3구역은 세계적 건축가 벤 판베르켈이 설립한 UN스튜디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희림·나우동인 컨소시엄에 설계를 맡기기로 했다. GS건설은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수주전에 참여하면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와 손을 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포구 성산시영 재건축 조합은 아예 입찰 공고문에 ‘해외 설계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우대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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