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더 뜨거워진 도쿄의 여름
올핸 127년 만의 혹서 찾아와
7월 시간당 100㎜ 폭우 ‘아찔’
온난화 시대, 한반도에 경고장
“도쿄 여름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건가요.”

일본 열도는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고온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는데, 올여름은 더 혹독했다. 지난 7월30일엔 관측 지점 4곳의 수은주가 40도 이상으로 올라갔다. 혼슈 서부 효고현 단바시는 41.2도를 찍었다. 일본 기상 관측 사상 최고기온이었다. 5년 만에 새로 쓰인 이 기록은 불과 엿새 만에 무너졌다. 8월5일 혼슈 중부 군마현 이세사키시 기온은 41.8도였다.
일본에선 40도를 넘으면 혹서(酷暑)라고 부른다. 올해 혹서일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총 8일이었다. 2018년의 7일보다 하루 많아졌다.
35도가 넘는 맹서(猛暑)는 예사로이 찾아왔다. 상대적으로 선선해 에어컨 보급률이 50%대에 그치는 홋카이도에서조차 맹서일이 잇따랐다. 6∼8월 도쿄의 맹서일은 26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지난달 18∼27일엔 열흘 연속 35도를 넘었다. 관측 사상 최장 기록이다.
일본 뉴스 앵커나 전문가들은 연신 “열사병을 막기 위해 실내에선 에어컨을 사용하라”, “에어컨은 생명을 지키는 도구”라고 호소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과거 30년 평균보다 2.36도가 높았다. 1898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뒤 최고치다.
127년 만에 가장 뜨거운 여름은 두말할 것 없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그로 인한 온난화 때문이다. 도쿄대·교토대 연구자들이 만든 ‘극단기상분석센터’(WAC)에 따르면 7월 하순 일본 상공 1500m 평균 기온은 19.4도. 1950년 이후 같은 시기에 견줘 가장 높았다. 온난화가 없었다면 1만1472년 만에 한 번 발생할 이런 고온 현상이 이제는 31년에 한 번꼴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 번개를 일으키는 적란운이 발달하기 쉬워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기상청 자료 50년 치를 분석했더니, 도쿄·오사카 등 주요 11개 도시의 번개 발생 일수가 전반 25년간(1974∼1998년)은 연평균 180일이었는데 후반 25년간(1999∼2023년)은 연평균 209일로 16.3% 늘었다고 한다.
올여름 비는 한 번 오면 하늘이 뚫린 것처럼 쏟아졌다. 도쿄에는 도심 홍수 방지를 위한 빗물저장소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는데, 열흘 전 폭우가 내린 시나가와구에선 강물이 범람해 주택가가 침수됐다. 지난 7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요코하마에서는 하수구에 가득 찬 물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맨홀 뚜껑이 치솟아 오르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습 폭우 역시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낮 기온이 34도까지 올랐던 지난주 목요일 저녁, ‘가을비 전선’이 뿌리는 비가 내리더니 거짓말처럼 기온이 쑥 내려갔다. 지긋지긋했던 열대야와도 드디어 작별했다. 하지만 늦더위가 남았다. 앞으로 열흘 중 이틀은 최고기온이 30도를 찍을 것이라는 예보다.
한 달 전 이 코너에서 베이징 특파원이 중국 북방 기후의 변화를 언급한 적이 있다. 도쿄에서 겪은 여름은 “지구 온난화의 시대가 끝나고 지구촌이 끓어오르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2년 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경고를 실감케 했다. 올해 52년 만의 더위를 겪은 한국은 이번 세기말 폭염일수가 현재보다 최대 9배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도쿄에서 미리 서울의 내일을 경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태영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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