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진주서 추석 '소 힘겨루기'… 논란은 여전
"학대적 전통 '문화재'로 포장 안 돼"
"지역경제 활성화 역할 무시 못 해"

올해 추석 연휴 의령과 진주에서 '소 힘겨루기 대회' 일정이 예정된 가운데 소 힘겨루기를 두고 또다시 '전통문화 계승'과 '동물 학대' 의견이 맞붙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의령군은 다음 달 7∼9일, 진주시는 8∼12일 지역 내 상설경기장에서 각각 소 힘겨루기 대회를 개최한다.
소 힘겨루기는 두 마리의 싸움소가 뿔을 맞대고 힘을 겨루는 경기로, 삼국시대에 기원을 뒀다는 설이 전해질 만큼 오랜 전통을 가진 문화다. 농경 문화가 발달했던 경남지역에서는 의령·진주뿐 아니라 창원, 창녕 등에서도 정기적으로 대회가 열려왔다. 올해에도 창원시와 창녕군이 각각 4월과 5월 전국 대회가 열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동물보호를 주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대회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싸움소가 경기 과정에서 출혈과 외상을 입을 수 있고, 대회 준비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이다.
이에 지난 2022년 의령군은 기존 '소싸움 대회' 명칭을 '소 힘겨루기 대회'로 바꿨고, 다수 지자체가 이와 같은 방식을 따랐다. 한국민속소싸움협회 역시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로 이름을 변경했다. 그러나 명칭 변경에도 불구하고 동물 학대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동물 학대 논란 외에도 전통소싸움경기법상 소 힘겨루기가 사행행위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에서 대회의 사행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국회 전자청원에는 '동물 학대, 소싸움 전면 금지 및 관련 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한 달여 만에 5만 명 이상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소싸움에 동원되는 소들이 반복된 충돌과 훈련 속에서 신체적 부상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다"며 "학대적 전통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세금까지 지원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싸움 금지를 위한 관련 법 제정과 현행 조례 폐지를 촉구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기존에 있던 소 힘겨루기 대회의 운영을 중단한 지자체도 생겨났다. 함안군과 김해시는 몇 년 전부터 대회 운영을 중단했으며, 특히 전국 규모의 대회를 진행해오던 함안군은 2022년 제18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경기 자체를 열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문화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목적으로 소 힘겨루기 대회의 명맥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의령군지회 관계자는 "의령에서는 소 힘겨루기 대회가 1800년대부터 추석마다 열렸고, 실제로도 민속놀이와 같은 무형유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대회에서는 소들이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하는 방향성으로 가고 있다"며 "소뿔을 날카롭게 깎는 등 부상 우려가 높은 행위를 금지하고, 소가 힘에서 밀려 등을 보이면 경기가 그대로 끝나도록 하게끔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소 힘겨루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지역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소 힘겨루기 대회로 지역 관광객이 늘어 농특산물 판매가 함께 증가하는 등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법적으로 금지된 대회가 아닌 만큼 소들이 안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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