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몸집 키웠지만 신-구도시 연결 못해 활력 잃어
장유, 2001년 2만→올 17만명
신도시 과밀·구도시 공동화
도시공간 구조적 재설계하고
인프라 진단·장기 전략 필요
오랜 시간 외연 팽창에 집중해 온 김해는 이제 전환의 기로에 섰다. 신도시 개발과 인구 증가 속에 원도심 공동화, 교통 단절, 생태 훼손, 문화유산 고립 등 구조적 문제가 뚜렷해졌다. 단순한 성장을 넘어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기획 ‘김해, 도시를 다시 짓다’는 도시구조 재정비, 교통망 재설계, 생태·문화 복원을 세 축으로 김해의 현재를 진단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미래 도시 전략을 제시한다. 외연 확장이 아닌 내실 있는 회복을 통해 김해가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 해법을 모색한다.

김해 시가지 모습. 멀리 장유 신도시가 보인다./경남신문 DB/
장유와 진영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 개발은 김해의 외연을 빠르게 확장시켰다. 특히 장유는 2001년 인구 2만명에서 2008년 1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7월 기준 17만명에 이르고 있다. 김해 전체 인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는 2035년까지 이 지역 인구가 19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4, 5동 신설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팽창은 도시 전체를 연결하지 못한 채 외곽만 부풀린 결과를 낳았다. 신도시는 기능적으로 고립됐고, 원도심은 노후화와 인구 유출로 활력을 잃었다. 부원동, 회현동, 대성동 등 김해의 원도심 중심 지역은 주거지와 상권이 동시에 낙후되고 있으며,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반면 대규모 아파트가 밀집된 장유3동 주민들 사이에선 “새 아파트는 많은데, 출퇴근길은 막히고 행정서비스는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인구 통계는 도시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4년 말 기준 김해시 주민등록 인구는 56만1806명으로 전년보다 6722명 늘었지만, 내국인 인구는 1983명 줄었다.
외국인 인구는 8705명 늘었고, 일부 원도심은 외국인 밀집 지역으로 바뀌며 문화적 갈등과 생활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신호다.
도시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박진호 경남연구원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김해는 중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구조가 약한 도시”라며 “이제는 외형보다 도시 기능의 회복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인구청년정책관’을 신설하고 321개의 과제를 수립해 청년 주택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돌봄 서비스 확대, 청년 공유공간 ‘STATION-G’ 운영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을 시행 중이다. 또 다문화가정 지원과 정주 환경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부원동 생활체육관 건립 등 원도심 재생사업도 다양한 거점시설 조성과 공동체 중심의 활력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도시 구조의 비효율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책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육관, 공동체시설, 사회적경제조직, 청년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도시공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재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주택 공급 방식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해의 주택보급률은 91.7%로 전국 평균보다 낮고,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78% 이상을 차지한다. 주거 유형의 다양성이 부족한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빈집까지 발생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 수요가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시재생은 김해의 구조적 문제를 풀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 재생사업은 국토부 공모사업에 의존하는 단기 대응에 머물고 있다.
박진호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지금의 도시재생은 마중물에 불과하다”며 “지역별 인프라 진단과 장기적 전략 수립, 주민·전문가·행정 간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재생이 하나의 공모사업으로만 관리되는 구조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행정 내부의 철학과 전략이 일관돼야 하고, 주민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의 공동체 역량과 다양한 지역 기관들의 유기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원도심은 가야문화권의 중심지로 역사·문화 자산이 풍부한 지역이다. 도시재생은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주민과 지역 자산이 함께 살아나는 재생 전략이 절실하다.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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