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화로 날아가는 돈, 연간 1조 넘는다…사회적 재난이 된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피해 年 1조시대
국민 일상 위협하는 중대범죄
범인 검거 피해 회복 과정서
범정부 협력·대응체제 강화
인터폴·현지 사법기관 공조
피의자 수사·송환에도 속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ATM에 보이스피싱 예방과 관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1/mk/20250921205402433vfoh.png)
단순 전화 사기로 치부됐던 보이스피싱은 이제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가족 몰래 빚을 내 건넨 돈, 되찾을 길 없는 전 재산,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로 이어진 사례까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 범죄를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을 중심으로 범정부적으로,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체적으로 대응하겠다. 임기 내 반드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부터 보이스피싱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박 본부장에게 대응 전략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10월 ‘전기통신 금융사기통합대응단’을 출범시키고 신고 제보 접수부터 범행 수단 차단과 수사까지 아우르는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2025.09.18 [이충우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1/mk/20250921205403792jole.jpg)
▷이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출연했다. 유튜브 경찰청 채널에 해당 영상이 올라간 지 3주 만에 조회수 15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범죄 수법을 알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2탄, 3탄도 할 수 있다.
―취임 일성으로 보이스피싱 근절을 강조했다. 특히 심각한 범죄라고 보는 이유는.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재산 범죄가 아니다. 한 가정이 무너지고, 한 사람의 생명이 파괴될 수 있다. 피해자들은 극심한 자책감에 시달리고, 일부는 자살한다. 경찰 수사의 최고책임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임무다.
―갈수록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왜 그런가.
▷범죄자들 입장에서 보면 보이스피싱은 돈이 되는 유형의 범죄다. 범죄꾼들이 돈 냄새를 맡고 몰려들고 있다. 범죄에 동원되는 통신·금융 기술도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법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스마트폰 제어권을 장악하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범죄 수법은 피해자를 장기간 기망해 고액 피해를 유발한다. 주변의 도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 피해자 스스로 숙박업소에 머물도록 ‘셀프 감금’을 지시하는 수법까지 나타났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10월 ‘전기통신 금융사기통합대응단’을 출범시키고 신고 제보 접수부터 범행 수단 차단과 수사까지 아우르는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2025.09.18 [이충우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1/mk/20250921205405091zwcg.jpg)
▷최신 범죄 수법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통합대응단은 피해 사례를 24시간 접수하고, 이를 분석해 수사 인력들에게 제공한다.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 공무원과 통신사 등 민간 전문가도 상주해 피해 예방에 필요한 조치도 즉시 취할 수 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범정부적 대응이 가능하다. 비유하자면 보이스피싱에 대응할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계기관들 협조는 원활한 편인가.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단속 활동 외에도 준비 단계, 피해자 접근, 기망, 편취, 피해 회복 등 모든 과정에서 관계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경찰이 협조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일부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보이스피싱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협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기관이 공감하고 있다.
―협력이 더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범죄에 악용된 통신과 금융계좌를 신속히 차단한다는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경찰이 특정 번호가 범죄에 사용됐다고 판단해도 통신사가 실제 차단에 나서기까지 어떤 절차를 밟을지 정리되지 않았다. 차단이 늦어져 동일한 전화번호와 계좌가 범죄에 재사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 과제는.
▷전기통신금융사기만 대상으로 하는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에는 계좌 임시조치나 통신 긴급차단이 불가하다. 투자리딩방 사기, 연애빙자 사기 등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다양한 신종 사기 범죄까지 망라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통합대응단이 발족된 이후 보이스피싱 태스크포스(TF)에서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1/mk/20250921205406381nrye.png)
▷무엇보다 인력 보강이 중요하다. 과부하가 걸린 상태에서는 최선을 다하기 어렵다. 필요한 인력을 전국적으로 충원하고, 특진이나 포상 같은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수사관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초국경 범죄에 대한 국제 공조 강화 방안은.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현지 사법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방문해 현지에서 피의자 수사·송환에 협력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하도록 하겠다.
―보이스피싱 전화 90% 이상은 중국발이다. 경찰협력관 파견 계획은.
▷파견을 위해선 상대국과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중국 공안부에 경찰협력관을 파견하는 일은 보안문제 등을 고려할 때 녹록지 않다. 현재 중국에는 외교부 소속으로 경찰주재관이 14명 파견돼 있다. 이들을 통한 공조 활동을 활성화하는 게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
―임기 중 이루고 싶은 목표는.
▷경찰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고 싶다. 온전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수사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피의자 검거는 물론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까지 망라한 수사 결과물을 쌓아간다면 경찰에 대한 신뢰도 두터워지리라고 기대한다.
[기획취재팀 = 이수민 기자 / 김송현 기자 / 지혜진 기자 / 양세호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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