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내 불화에도… ‘고(故) 이재석 경사’ 고충 털 창구 없었다

정운 2025. 9. 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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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루질 고립 ‘나홀로 출동’ 이유에
불합리한 업무 지시 등 배경 추측
근무환경 돕는 ‘직장협의회’ 미설립
폐쇄적인 조직 문화 ‘걸림돌’ 한몫

15일 인천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과 운구 행렬이 영결식장을 떠나고 있다. 2025.9.15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갯벌에서 해루질을 하다 고립된 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가 근무했던 영흥파출소는 조직 내 불화 등이 만연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일 ‘2인 1조’ 출동 등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데에는 이러한 환경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사 순직 이후인 지난 15일 동료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팀장과 팀원 간 불화에 대해 함구하라”는 말을 파출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경사는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고 날도 본인이 나서서 고립된 노인을 구하러 혼자 바다로 향했다.

이 경사 유족 측은 이 경사 일기장에 팀에 대한 회의감이 적혔다고 했다. 일기장엔 “모든 것을 지시했던 팀장이 막상 사고가 발생하자 나 몰라라 하는 업무 태도에 회의감을 느낀다. 해양경찰을 그만두고 싶다”고 적혀 있다고 했다.

이 경사가 혼자서 바다로 출동했던 배경에는 만연한 불화와 이로 인한 불합리한 업무지시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 경사는 팀내 불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에는 이러한 조직 내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화 등과 관련한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조직 내 소통이 마땅치 않다.

해양경찰청, 5개 지방해양경찰청, 22개 해양경찰서 모두 직장협의회가 설치되지 않았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에서 유가족에게 고개 숙이고 있다. 2025.9.15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직장협의회는 공무원들의 근무환경 개선, 업무능률 향상, 고충처리 등을 위한 조직이다.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20년 개정되면서 경찰·소방공무원도 직장협의회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인천 뿐 아니라 전국 경찰, 소방 공무원들은 2020~2021년 잇따라 직장협의회를 설립했다. 인천소방본부 직장협의회는 2020년에, 인천경찰청 직장협의회는 지난 2021년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해경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2020년부터 직장협의회 설립이 가능했지만, 지금까지 설립되지 않았다.

영흥파출소는 이 경사 사고 이전에도 팀내 불화 등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파출소 운영 측면에도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직장협의회 등 소통 창구가 운영됐다면 일부라도 개선된 상황을 사전에 만들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경에 직장협의회가 설립되지 못한 배경에는 해경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경 전체 인원은 1만3천명 규모로, 경찰 13만명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해경은 업무 특성상 함정이나 도서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에 기반해 ‘가족같은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가 ‘조직의 일’을 공론화하는 것을 꺼리는 방식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근무환경,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해경 직원은 “경찰과 달리 해경은 직장협의회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다”며 “조직이 작을 뿐 아니라 ‘가족 문화’가 있어서 파출소나 경찰서의 일을 공론화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했다. 본청도 직장협의회 설립을 독려하지 않고 있다.

인천경찰청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직장협의회는 직원들의 고충 처리 뿐 아니라 근무 환경, 시설 개선 등과 관련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대변하는 조직이 있다는 점이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정운 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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