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맛대가리’] 누린내는 사라지고 풍미만 남았다-램랜드 양갈비

조용준 맛칼럼니스트 2025. 9.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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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Lamb’ 수입후 새 국면
양 갈비집 족보서 ‘단군할아버지’
노력·아이디어로 냄새 편견 극복
‘양두구육’ 허울 꾸짖는 말이라면
‘램랜드’는 겉과 속이 일치하는 맛

조용준 맛칼럼니스트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양 머리를 걸어 놓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다는 비유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자주 회자되며 익숙한 성어이지만, 사실 우리에게 양머리는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그렇지 않다. 명나라 이전까지 중국 황실과 상류층이 즐긴 고기가 양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식육 개념으로 양고기를 처음 접한 것은 1978년 ‘육류 파동’때였다. 돼지고깃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대체재로 양고기를 도입했다. 그런데 당시 시장에 풀린 것은 20개월 이상인 머튼(Mutton)이었다. 머튼은 질기고 냄새가 심해 소비자에게 불쾌한 기억만 남겼다. 그 결과 ‘양고기는 냄새난다’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양고기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중국 동포들이 대거 입국하면서 대림동·건대입구 일대를 중심으로 양꼬치 전문점이 생겨났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는 새로운 음식 문화로 자리했다. 하지만 식사 대용으로는 아쉬움이 컸다. 안주에 가까웠다. 이 틈새를 채운 것이 바로 양갈비였다. 호주산 램(Lamb)이 수입되면서 양갈비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램은 1년 미만의 어린 양고기인데, 육질이 부드럽고 잡내가 거의 없어 고급 호텔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때 냄새나는 양고기가 세련된 미식으로 거듭난 계기였다.

양갈빗집 족보에서 단군 할아버지 같은 존재가 있다. 1990년부터 서울 용강동에서 양갈비를 선보인 ‘램랜드’이다. 이 집은 예약 없이는 힘들 정도로 35년간 성업 중이다.

구운 양갈비. /조용준 제공


삼각갈비로 시작하여 전골로 마무리하는 것이 정석 코스다. 흥미로운 것은 고기 맛을 좌우하는 요소다. 맛있는 고기는 고기의 질 못지않게 굽는 기술이 중요하다. 램랜드 역시 이모님들이 직접 구워주는데, 덕분에 고기의 장점이 최대한 살아난다. 상차림은 백김치, 열무김치, 고추와 당근, 쌈장 그리고 두 칸짜리 작은 종지이다. 종지의 한쪽에는 겨자소스, 다른 한쪽에는 옥수수 샐러드와 올리브가 담긴다.

양갈비의 가장 큰 적은 묵직한 느끼함이다. 그래서 일반 양고깃집은 산마늘 장아찌나 강한 향신료로 이를 잡으려 한다. 하지만 자칫 고기 고유의 맛까지 덮어버릴 수 있다. 램랜드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머스터드 소스와 토르티야가 그 답이다. 갓 구운 갈비를 머스터드에 찍어 토르티야에 올리고 옥수수 샐러드와 올리브, 불판에서 익힌 마늘·양파까지 곁들이면 느끼함은 사라지고 양고기의 깊은 풍미만 남는다.

양갈비 수육. /조용준 제공


양갈비보다 담백한 고기 맛을 원한다면 수육을 추천한다. 수육은 갈빗대를 한 가닥씩 삶아내 부드럽고 잡내가 없다. 백김치와 곁들이면 속이 맑아지는 듯한 조합이 훌륭하다.

램랜드는 손님 구성도 독특하다. 다른 양고기집은 젊은 여성과 커플이 주요 고객이지만 이곳은 중년 남성이 주류다. 또한 유명 연예인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양고기는 오랫동안 냄새나는 고기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램랜드는 부단한 노력과 아이디어로 편견을 극복하고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양두구육이 허울뿐인 것을 꾸짖는 말이라면, 램랜드의 양갈비는 겉과 속이 일치하는 진짜 맛의 상징이다.

/조용준 맛칼럼니스트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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