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30년 시한폭탄, 대한민국 아파트

이인성 연우 PM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2025. 9. 2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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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연우 PM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으나 일제 강점기부터 건설되기 시작해 한 세기를 바라보고 있다. 선진국의 아파트 건설시기에 비해 역사는 짧으나 그 비약적인 발전은 다른 나라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제는 정말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공동주택은 다른 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특유한 건축 방식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거주하고 있는 벽식 구조이다. 각 세대내의 벽체가 아래층으로 전달되어 하나의 구조물을 이루고 있고, 이것을 우리는 공유벽체라 일컫는다. 쉽게 말해 세대내의 벽체나 측벽 등의 구조적 내력 벽체라 보면 될 것이다.

이 구조는 시공이 일률적이라 편의성이나 공기의 단축 등을 가능하게 하지만 입주자 입장에서는 동이나 호수 위치에 따라서 조망과 채광, 일조 등이 달라지며 구조적인 한계로 세대 내의 위치별 이동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가끔 실내 리모델링을 하면서 그 부분을 간과해 구조벽을 해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이유다.

대한민국 특유의 벽식구조 아파트는 또 하나의 구조적 한계성을 지닌다. 그것은 소위 재건축으로 불리는 건축연한인데, 이 부분이 법적으로 완화되어 최근에는 20년 이상의 노후 공동주택들도 재건축 대상이 되기도 한다.

건축학적으로 보면 흔히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은 내구 연한이 100년 이상은 견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짧게는 20년, 길게는 30~40년 만에 재건축에 들어간다. 어쩌면 태생적으로 가지는 벽식구조물의 한계성을 드러낸다고도 볼 수도 있고, 앞서 언급한 리모델링 자체의 어려움 등이 거주자로 하여금 새로운 보금자리를 원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간단히 짚어보자. 재건축을 하려면 우선 재건축에 따른 수익성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세대가 새로운 공사비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고스란히 부담하고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재건축 사업장은 특수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구축 아파트에 있는 사람이 신축 아파트에 살기 위해서는 구축 아파트를 매매하고 추가적인 돈을 어떤 방식으로든 마련해 이주해야 한다. 그 부분이 대출이라면 다른 곳에 소비해야 될 비용을 결국에는 또 다시 집이라는 곳에 얽매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 비용이 개인의 발전을 위한 삶의 기회비용을 너무 허비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공동주택이 지어질 때 좀 더 자유로운 개념의 방식으로 설계되어진다면 적어도 우리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조금이나마 더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기술적 발전으로 현재 공동주택은 과거 남향 위주의 앞 동만을 바라봐야만 하는 구조는 극복할 수 있게 됐다. 단지 내의 시설이나 주위환경도 중요해졌다. 그 못지않게 짧게는 몇 년, 길게는 평생을 살 수도 있는 내용 또한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적어도 각 실 정도는 각 세대가 선택 할 수 있으면 삶이 얼마나 달라질지 상상해 보자.

소비자가 많은 옵션을 선택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공동주택의 아파트는 내부 자재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 세대가 선택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또 다른 30년의 시한폭탄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못지않은 법률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건축 관련 법령을 보면 유달리 과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지금 국토부에서는 부산 해운대구 등 1기 신도시에 대해 재건축을 하기 위해 신도시정비 선도지구로 지정을 신청받고 있다. 1기 신도시가 생긴 지 반세기가 안 됐다. 또 다시 30년의 시한폭탄을 만드는 것이 현명한지, 아니면 좀 더 경제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건축물을 짓는 것이 현명한지는 누구에게나 물어봐도 답은 명확할 것이다.


지금은 K-팝이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시절이다. 조선도, 반도체도, 방위산업도 세계에서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이제는 건축문화도 K-팝처럼 세계에서 찾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 또한 국내 건설 시장을 세계로 넓힐 수 있는 중요한 국가 경쟁력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가에서는 이런 점을 좀 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관련 정책과 오랜 법률 제도들을 한 번 더 돌아봐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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