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코앞인데···전기차공장 건설 일용직 300명 임금체불

김귀임 기자 2025. 9.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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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조선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 탓
상위업체 대금 지급 지연으로 피해
울산 고용지청, 이달 초 조사 착수
울산, 1~7월 189억여원 체불 발생
실효성 있는 대책 병행 필요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울산 북구의 한 전기차 공장 신설 현장에서 추석을 앞두고 300명에 달하는 일용직 근로자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에서 건설·조선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임금체불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어, 보다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8월 두 달간 북구의 한 전기차 공장 신축 공장에 일용직으로 근무하던 약 300명의 건설 근로자들이 추석을 앞둔 지금까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근로자들은 공사 발주 업체의 협력업체와 하도급 구조로 엮여있는 T업체 소속이다.

이 업체는 직접적 사용자(원청)인 D업체가 '근로자 관리소홀' 등의 이유를 대며 공사 대금 지급을 지연하자, 덩달아 인건비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당시 근무했던 한 근로자는 "38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에도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가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라며 "땀을 식히기 위해 일하다 잠시 쉬었던 걸 원청 회사에서 사진을 찍어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고 한다. 회사에서는 노동청에 신고해서 소액체당금을 받아내라 하는데, 이마저도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지난달 29일을 시작으로 이러한 일과 관련한 다수의 진정이 들어오자 이달 초부터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울산지청 관계자는 "당시 하도급 업체인 T업체가 원청인 D업체로부터 대금 지급이 지연되자 소속된 일용직 근로자에도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돼 시정에 들어간 상황이다"라며 "T업체 뿐 아니라 해당 사업장의 원청 격인 D업체에도 추석 전 임금 체불과 대금 지급이 완료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건설과 조선업 하도급 현장이 많은 울산에서는 근로자 임금체불이 해마다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7월까지 울산은 189억8,000만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임금체불 인원은 3,169명으로, 대다수가 제조업과 건설업 직군이다. 전국으로 따지면 7월 기준 약 1조3,421억원이 체불됐으며 전년 동기 1조2,261억원 대비 9.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일 임금체불을 '임금 절도'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범정부 근절 대책을 내놨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다단계 하도급이 일반화된 건설·조선업을 중심으로 '임금 구분 지급제'를 도입한 것이 주 내용이다. 회사가 인건비를 반드시 별도 항목으로 표시하고, 협력업체가 임금을 먼저 지급해야 나머지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즉 다단계 하도급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체불 원인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근절의 칼자루를 '회사'에 맡겨 임금을 받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가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말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근로자가 노동청에 진정을 낸 후 근로감독관이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해도 그 전에 회사가 손을 써 적법한 체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취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 많지 않은 하도급 일용직 근로자의 한계로 손해를 보더라도 미지급 임금을 받고 끝내자는 인식이 암암리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한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임금체불 근절 의지는 환영하지만 실효성을 높이는 제도를 병행해야 한다"라며 "현재 법 구조는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법적 상습 체불로 인정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전 회사가 체불액 일부를 지급하며 진정이나 고소를 취하하게 만드는 일도 빈번하다. 회사에 면죄부를 주는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