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반복되면 영업이익 5% 과징금...노동부 고강도 대책 발표

안지산 기자 2025. 9. 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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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제재 수단으로 과징금·영업정지 기준 강화
한화오션에 대입해보니 ‘과징금 118억 원’
전문가 “경영계 안전 경시 기조 변화 기대”
김영훈(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윤덕(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서울 용산구 청년주택 신축 공사 현장을 찾아 불법하도급 합동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과거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입한 결과, 과징금 수십억 원을 비롯한 그 이상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그동안 손익 계산만 따져 안전에 뒷전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앞으로 인식 변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노동부는 이달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안전 사각지대 사고 예방, 노사 참여 확대, 실효성 있는 제재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노동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 예방 지원 강화 △안전 주체로서 노사 역할·책무 확립 △노동안전 확산을 위한 기반 확대 △안전 예방을 촉진하는 제재 수단 도입 등을 제시했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제재 수단이다. 중대재해 반복 기업은 금전적 제재·영업정지·인허가 취소 등을 겪게 된다.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법인에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을 부여한다. 과징금 규모는 영업이익의 5% 이내다.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거나 영업손실을 본 기업은 하한액 30억 원이다.

기존 중대재해처벌법을 보면 사망자 발생 시 기업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법인 역시 양벌 규정에 따라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그러나 실형 선고는 물론 벌금을 물은 경우도 손에 꼽힌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상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기업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건수는 전국적으로 5건에 불과하다. 경남에서는 2024년 8월 삼강에스앤씨 경영책임자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삼강에스앤씨에서는 2022년 2월 하청업체 노동자가 선박 난간 보수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한 바 있다.

법인 벌금은 최대 50억 원까지 물 수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선고된 최고 벌금은 20억 원(삼강에스앤씨) 수준이다. 신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과징금을 지난해 3인 이상 사망사고 발생 기업에 대입해서 보면 제재금 규모는 확연히 늘어난다.

지난해 한화오션에서는 중대재해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으로 과태료 2억 6650만 원을 부과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2024년 한화오션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후인 1월 15일, 1월 24일, 9월 10일, 이렇게 총 3일 거제사업장 생산 중단을 공시한 바 있다. 조업일수가 줄면서 일정 부분 손해를 입고 기업 이미지 실추 등을 겪었으나 제재금에서는 큰 부담을 받진 않았다.

한화오션에서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2024년 기준 회사 영업이익은 2378억 7637만 원이다. 이를 신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화오션은 2024년 영업익 5%인 118억 9382만 원 이내 범위에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3년 간 영업정지 처분을 2회 받은 후 다시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한 건설사의 등록을 말소할 수 있게 했다. 건설사 영업정지 요청 요건 완화와 동시에 영업정지 기간도 늘린다. 영업정지 요청 요건은 '한 사고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 요건을 추가하고, 영업정지 기간은 2~5개월 수준에서 확대를 예고했다.

올해만 노동자 5명이 숨진 건설사 포스코이앤씨에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적용하면, 영업정지와 더불어 3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된다.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18억 4600만 원으로, 과징금은 이중 5%인 31억여 원이 된다. 또한 포스코이앤씨는 신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적용하면 '연간 다수 사망'에도 해당해 최소 3개월 영업정지를 넘어 건설사 등록 말소까지 될 수 있다.

노동부는 "특히 건설사는 산재 때 무조건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공사비가 오르고 노동자와 갈등도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편익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태까지 경영계가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손익을 따져 노동안전을 경시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중대재해 발생 때 기업에 고액의 청구서 또한 내밀게 된다는 점을 들어 변화한 모습을 기대했다.

송원근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들은 사람 목숨과 이익을 철저히 손익 계산해 이익만 추구하고 안전을 경시해왔다"며 "지역·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정작 경영인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몰상식한 기업의 비대칭적인 모습들이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중소영세사업장 같은 경우 과징금·영업 정지 등에 굉장히 취약할 수 있기에 영세 사업장에 현실적인 예방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에서도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환영하면서 일부 아쉬운 점을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대책으로 제시됐지만 원청 책임 부여 등은 명시되지 않았다"며 "사고위험이 집중되는 배달, 건설기계, 화물운송, 택배 등은 무엇보다 원청의 책임이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산재추방연합 상임활동가는 이주노동자 산재 예방에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이번 대책은 외국인 사망사고 발생 때 기업에 3년간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도록 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가 강제노동인데, 이를 해소할 만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산재 발생 후 기업에 사후 대책을 묻는 것도 중요하나, 이주노동자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조치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