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영화② 공동경비구역JSA-아직 허락되지 않은 만남 [평론가시선]

KBS 2025. 9.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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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를 바로 보는 새로운 '시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DMZ 안에 위치한 북한군 초소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한국영화사에서 분단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최전방 초소에 근무하는 남북한 병사가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지만, 결국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가는 이데올로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6.25 전쟁이나 간첩이 주요 소재였던 분단 영화는 이 작품 이후로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남북 교류를 코미디 상상력으로 풀어낸 '간 큰 가족'(조명남, 2005), '비단 구두'(여균동, 2006), '만남의 광장'(김종진, 2007), 이념을 초월한 남북 공작원의 우정을 그린 '의형제'(장훈, 2010), '공작'(윤종빈, 2018)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사진 제공 : 명필름)


■ 여덟 발의 총성이 품은 '진실'

남한의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 남성식 일병(김태우 분)과 북한의 오경필 중위(송강호 분), 정우진 전사(신하균 분)는 새벽 시간 북한 초소에 모여 간식을 나눠 먹고 게임을 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이들의 인연은 야간 훈련을 나왔다가 낙오된 채 지뢰를 밟은 이수혁을 오경필이 구해주면서 시작되었다.

네 사람은 형과 아우 같은 모습으로 체제와 이념을 초월해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어울린다. 이들이 함께하는 끝말잇기, 닭싸움, 손바닥치기, 공기놀이 등은 순수한 네 명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DMZ에 비상이 걸리고 북한이 쏟아붓는 집중 포격을 보며 이수혁은 현실을 자각하고 왕래를 멈춰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초소를 방문한 날 여느 때보다 흥겹고 안타까운 네 명은 주소를 교환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네 사람의 심정을 대변한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순간 갑자기 방문한 북한군 장교 때문에 초소 안 공기는 일시에 얼어붙는다. 서로 총을 겨누다가 결국 총격전이 벌어지고 정우진과 북한군 장교가 사살된다.

사건 조사를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는 스위스 법무장교 장 소령(이영애 분)을 파견한다.

장 소령은 비협조적인 정황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은폐된 진실을 찾아낸다.

이수혁과 오경필이 보호하고 싶었던 인물은 남성식이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사진 제공 : 명필름)


■ 소제목에 숨겨둔 '감독 박찬욱'의 메시지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총격전인 벌어진 날에서 출발한다.

총소리가 들리고 초소 외벽에 난 총알구멍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부엉이가 바라보는 것처럼 연출된 오프닝 시퀀스가 인상적이다.

오프닝만큼이나 마지막도 명장면이다.

판문점 남북 분계선 주위에 있는 네 명의 모습을 흑백 사진처럼 담은 정지 화면에서 카메라가 이동하면 한 명씩 클로즈업된다.

아무 근심 없어 보이는 네 명의 밝은 모습이 오히려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얼핏 지나가기 십상이지만 자세히 보면, 영문 제목인 'Joint Security Area'의 세 단어로 영화의 챕터를 구분하고 있다. 단, 거꾸로 'Area', 'Security', 'Joint' 순으로 표기된다.

공동경비구역에 내재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을 단어의 분절로 표시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사진 제공 : 명필름)


■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남긴 것

촬영이나 장면전환에서도 다양한 기법들을 체감할 수 있다.

가령, 조감 쇼트(bird's eye view)를 통해 현실 이면의 의미를 표현하는 장면들이 군데군데 등장하는데, 판문점 남북 경계선을 하늘에서 내려다보자 마치 십자가처럼 보이는 쇼트가 그런 예다.

분단이라는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적절하게 녹아든 코믹 요소 때문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박상연 작가가 <세계의 문학> 1996년 겨울호에 발표한 소설 'DMZ'를 각색한 작품으로 소설을 영화화한 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판문점, 팔각정, 회담장 등 판문점 일대는 서울종합촬영소에 지은 오픈 세트에서 촬영되었다.

이수혁과 오경필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갈대밭 촬영지는 충남 서천의 신성리 갈대밭이다.
글 : 영화평론가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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