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박람회] 남도의 맛과 멋에 반하다, 지역 넘은 설레는 발길
전라도 한정식 맛있는 ‘첫인상’
버스서 4색 문화예술 프로그램
‘소년이 온다’ 속 배경 둘러보며
45년 전 광주의 소중함 되새겨
여행 정보 공유하며 인연 맺기도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2025 동서화합 영호남 문화예술관광박람회(이하 영호남박람회)'에서는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됐다. 문화예술관광 분야에 관심이 있는 영호남의 인플루언서 90여명은 '교류투어'를 통해 2박3일 동안 광주의 특색있는 관광지들을 돌아다녔다. 참가자들은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공유하며 지역 간 문화장벽을 허물었고, 새로운 인연을 맺으며 진정한 인적 교류를 만들어냈다.
영호남박람회 '교류투어' 참가자들은 19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첫만남을 가졌다. 광주·전남 참가자 30여명을 태운 버스가 먼저 도착했으며 이어 대구·경북 참가자 60여명을 태운 버스 3대가 식당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부터 버스에서 시달린 영남 참가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테이블 가득 차려진 한상을 보자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
참가자들은 각자 SNS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식사에 앞서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음식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홍어 껍질 무침 같은 특색있는 음식은 물론 영남 참가자들에게도 익숙한 고소한 콩물도 있었다.
오찬에 참석한 김종석 무등일보 사장이 "소금을 뿌려 먹나, 설탕을 뿌려 먹나 차이지 영호남 사람들 모두 콩물 좋아하는 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하자 주변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도톰한 떡갈비였다. 한 어린이 참가자는 떡갈비를 오물오물 씹으며 "왜 우리 동네는 이런 음식이 없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식사가 잘 맞는지 묻는 김종석 사장의 질문에, 옆에 앉은 대구 참가자 서만엽(65)씨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씨는 "아침부터 버스 타느라 힘들었는데 음식이 입에 잘 맞아서 기운을 차렸다"며 "예전 고속도로는 4시간 이상 걸렸는데 그래도 확장돼서 다행이다. 조금씩이라도 양 지역이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식사 이후 이들은 각자 타고 온 버스를 타고 1일차 오후 일정으로 '광주 방문의 해'를 테마로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주요 장소를 둘러봤다.

전일빌딩245에서는 45년 전 헬기 사격의 흔적을 마주하고 옥상에서 민주광장과 금남로를 한눈에 내려다 봤다. 참가자들은 대구와는 사뭇 다른 도심 풍경 곳곳을 휴대폰에 담아냈으며 함께 한 광주 참가자들은 멀리 보이는 무등산과 조선대, 사직공원 전망대 등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 관련 기록과 전시물 들을 관람했으며 3층에서 진행 중인 '소년이 온다' 특별전을 통해 소설 속 인물들의 실제 삶을 살펴봤다.
1일차 일정에는 특별한 장소가 추가됐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지맵·G.MAP)을 방문해 진행 중인 전시를 감상하며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의 새로운 모습을 엿봤다.
마지막으로는 버스에 탑승한 채 전남대학교 교정을 지나며 자유와 정의를 위해 뭉쳤던 45년 전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참가자들이 탑승한 버스에서도 광주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탑승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진행됐다. '바위섬'의 작곡가 배창희 남부대학교 교수는 직접 작곡한 노래 '소년이 온다' 악보를 공유해 참가자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샌드아티스트 주홍 작가는 샌드아트 작품이 만들어지는 영상을 보여주며 오월 어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고(故) 김영철 열사의 딸인 김연우 안무가는 참가자들이 버스에 앉은 채로 따라 할 수 있는 안무를 알려주며, 몸짓으로 아픔을 공유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극단 진달래피네의 박혜숙 연출가는 '소년이 온다'를 낭독하며 참가자들의 몰입을 유도했다.
대구 참가자 양임순 씨(58·여)는 "진도 등 전남 곳곳을 여행했지만 광주에 머무는 여행은 처음"이라며 "버스에서 이동하는 시간은 낭비될 수 있는데 특별한 프로그램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2일차 교류투어는 담양 죽녹원 시가문화촌에서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전날의 더위를 잊은 듯 울창한 대나무 숲 곳곳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했다. 후문에서 출발한 참가자들은 정문 앞 봉황루 전망대에서 영호남박람회 개막식이 열리는 담양 종합체육관 일대의 모습을 눈에 담기도 했다. 이후 영호남박람회장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75곳의 홍보 부스를 돌며 김치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하고 이색 기념품 들을 구매했다.

문화예술 시간여행 팀은 화려한 충장로의 기억을 간직한 광주극장, 골목 곳곳에 벽화와 그림이 가득한 양림동 펭귄마을, 카페와 전시장이 결합한 핫플레이스 이이남스튜디오, 아시아문화교류의 중심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방문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팀은 세계지질공원 안에서 지질, 생태, 역사와 문화를 함께 체험 할 수 있는 평촌 지오빌리지를 방문했다. 또 천연기념물 제539호로 지정된 충효동 왕버들군, 조선백자를 구워내던 충효동 요지를 둘러봤으며 도자기 빚기 체험을 했다.
2일차 오후 여행은 전날과 달리 영남과 호남의 참가자들이 함께 섞여 진행했기 때문에 더욱 밀접한 교류가 이뤄졌다. 호남 참가자들은 영남 참가자들에게 버스 바깥에 보이는 여러 풍경을 설명해 주기도 하며, 숨겨진 맛집, 시간상 교류투어에 포함되지 못한 관광지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안동 참가자 김혜경(45)씨는 "5·18민주화운동만 있는 줄 알았는데 문화예술도시로서 광주에 대해 깊은 인상을 갖고 돌아간다. 문화해설사 연령대가 다양한 것에도 놀랐다.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대구 참가자 이규일(64)씨는 "대학교 1학년 때 무전여행으로 보성에 갔을 때 광주에 들른 이후 44년만"이라며 "시간이 흐르며 영호남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교류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만 광주에 왔지만 나중에 달빛철도까지 생긴다면 영호남이 더 편하게 교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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