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복도 불법 물건 적치, 대형 참사 ‘불씨’

임지섭 기자 2025. 9. 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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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복도·계단 곳곳 적치
자전거·책상·박스 등 다양
원활한 소방 활동 방해 우려
"신고 포상제 활성화 고려"
21일 광주 서구 풍암동 A아파트. 15층 높이 아파트 계단 곳곳에 불법 적치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아파트 복도가 개인 창고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소한 비매너 행위들이 모여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1일 광주 서구 풍암동 A아파트. 15층 높이 아파트 계단 곳곳에 불법 적치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택배 상자, 수납함, 쓰레기봉투 같은 작은 물건부터 유모차와 책상까지 다양했다. 특히 자전거는 난간에 자물쇠로 묶여 있어 쉽게 옮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입주민들은 이를 피하며 지나 가야해 불편을 겪고 있었다. A아파트 거주민 김모 씨(50대)는 "통행이 힘들고 걸려 넘어질 수도 있어 집주인에게 몇 차례 집 안에 들여놓으라 부탁했지만, 집에 둘 공간이 없어 꺼내놨다고 한다"며 "괜히 싸우기 싫어 참고 사는 중이다"고 했다.

이 같은 행위는 모두 소방법 위반이다. 현행법상 피난시설, 방화시설, 비상구 등 주변에 물건을 적치하면 안된다. 긴급 상황 시 아파트 복도나 계단은 '피난 시설'로 쓰이는데, 물건이 쌓여있으면 소방 활동·통행에 차질을 줄 수 있어서다. 위반 시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복도 끝이 막힌 구조일 때 복도 끝에 적치해 피난·소방 활동에 지장이 없는 경우 ▲즉시 이동 가능한 일시 보관 물품 ▲두 사람 이상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경우 등만 제외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입주민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 채 개인 편의만 신경 쓰는 현실이다. 아파트 측은 최대한 계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큰 변화는 없다고 한다. C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화재 시 문제 되니 치워달라고 방송하고, 안내문을 붙여도 그 때만 치우고 도돌이표"라며 "밖에 내놓은 물건을 임의로 버리거나 처분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 2월 발의된 관련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에 공동주택 관리 주체가 공용 공간 무단 활용에 대해 권고 및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입주민들이 자체 기준 내에서 분쟁 조쟁 기구를 운영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여전히 국회 소관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불법 물건 적치는 재난시 시민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할 수 있는 범죄 행위"라며 "계도를 넘어 처벌을 강화하고, 주택 소유주나 임차인에게도 이를 방치해선 안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신고 포상제'를 더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현재 소방 당국은 소방시설 등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고 있다. 1회당 5만원 상당 현금·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식이다. 다만 전문 신고꾼 양산, 감시 사회 조성 등 부작용이 지적되며 1인당 포상금이 제한됐다. 광주는 월 20만·연 200만원, 전남은 월 30만·연 300만원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부작용이 있지만 신고 정신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 제한을 없애고,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