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잘 쓰려면 먼저 '아날로그적 인간' 돼야죠
사람 직접 만나고 책도 읽으며
AI는 줄 수 없는 통찰력 길러야
좋은 질문 던지며 차별점 생겨
AI에 의존 않는 역량 중요해져
활용 능력·실무지식 융합 필요
오히려 공부 더 열심히 해야죠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될수록 인간적 역량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두 시간 반 분량의 영상 10개를 한 번에 요약해서 듣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 됐습니다. 그 정도 수준의 지식은 이제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주어진 정보에서 차별화된 통찰은 누가 가질 수 있을까요. 바로 아날로그적 역량을 갖춘 인간입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지식전파사'에 출연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AI 시대에 주목할 역량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과거 인도에 관한 영상을 보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한 적이 있었다"며 "영상이 끝나고 AI 앱을 사용해 내용을 요약했는데, 결과물은 놀라울 정도로 잘 나왔지만 적어둔 메모는 없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AI의 요약이 결국 통찰을 전하지는 못한 것"이라며 "통찰은 생각과 경험이 쌓여 스파크가 튀면서 발현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트렌드 연구자다. 2008년 말에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09'를 시작으로 매해 그다음 해의 트렌드 10가지를 정리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로 한국 사회를 예측했다. 2023년에는 '호모 프롬프트'를 제시하며 AI 시대에 '질문하는 인간'의 힘이 더욱 위력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인간이 AI에 적절한 질문을 던져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이미 한 번 트렌드에 올랐던 만큼 '호모 프롬프트'를 2026년의 키워드로 다시 꼽기는 어렵지만 내년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동인(動因)은 AI"라며 "AI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호모 프롬프트'로서의 역량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AI 리터러시와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꼽았다.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자신에게 알맞는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양질의 실무 지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AI 리터러시는 관련 서비스가 새로 나오고 발전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급변하고 있다"며 "결국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다 따라다니기보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명사가 쓰는 앱'이 소개되곤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과 같다"며 "AI 리터러시의 본질은 기술을 사용해 나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저서 '김난도의 내:일'에서 소개한 '브라운칼라'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암시했다. 브라운칼라는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이분법을 대신해 육체노동에 전문성을 가미한 직업군을 일컫는다. AI 기술의 효용성은 결국 AI 리터러시에 업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교집합을 이루면서 시너지를 내는 과정에서 극대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AI의 도입으로 공부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든지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지나친 단견"이라고 덧붙였다.
'호모 프롬프트'의 도래가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막대한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최근 재미있게 보는 트렌드 중 하나가 경영자나 임원이 실무를 직접 한다는 것"이라며 "업무 협업 툴이 발전하면서 조직 구성과 리더십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경영자들도 실무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갖추지 않으면 유능한 리더가 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자질로는 비판적 사고를 꼽았다.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아직 할루시네이션(잘못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결과)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비판력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또 창의성과 유연함을 확보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결국 AI가 평준화하지 못하는 분야의 차별화된 능력이 자신의 역량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사람을 만나고 책과 원전(原典)을 읽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AI를 어떻게 활용할까. 그는 유의어 검색에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답했다. 또 지금 당장 20대로 돌아간다면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묻는 사회자들의 질문에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꼽았다.
김 교수는 "개념을 설명하는 등의 학술적인 글은 아직 AI에 비해 직접 쓴 것의 완성도가 높다"며 "다만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지 않도록 다양한 단어를 검색하는 작업에 AI를 자주 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 "많은 사람이 생성형 AI가 보급되면서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를 배운다는 것"이라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외국어를 배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옆 나라는 이게 되는구나”…아들보다 어린 32살 연하남과 재혼한 60대 - 매일경제
- [단독] 압구정2 펜트하우스 조합원 분양가 210억원…보유세 부담도 ‘억소리’ 나 - 매일경제
- 입주도 안 했는데 30억 뛰었다…청담동 한강뷰 아파트 대단하네 - 매일경제
- M7 대신 ‘이 종목’ 담았다…확 바뀐 서학개미 장바구니 봤더니 - 매일경제
- 부국제 찾은 이재명 대통령 부부, 어떤 영화 보나 봤더니... - 매일경제
- “롯데카드 판 지가 언젠데...” 해킹 사고 충격에 MBK 원망하는 롯데 - 매일경제
- “매달 적금 붓듯 펀드투자 했더니”…주식투자 최종 승자는 ‘이들’ - 매일경제
- 단 37명이 사는 섬에 ‘마트’가 생겼다...사장님 궁금해서 가봤더니 - 매일경제
- 대학 건물서 성폭행 피해 중 추락사…법원, 학교 측 손해배상 인정 안 해 - 매일경제
- ‘미친 어깨 세이브!’ 철기둥 기억 되찾은 ‘괴물’ 김민재, 호평 일색에도 부상 어쩌나…“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