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번의 추억'이 가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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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1980년대 고교 3년 동안 잠실의 학교까지 버스 타고 다녔다.
그때 버스는 지금과 달랐다.
청정연료(LNG) 혹은 전기버스까지 등장했지만, 40년 전은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경유 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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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80년대 고교 3년 동안 잠실의 학교까지 버스 타고 다녔다. ‘100번 버스’였다. 경기 성남시에서 출발해 복정동, 가락동, 송파를 거쳐 잠실을 오가는 노선이었다. 그때 버스는 지금과 달랐다. 동력원부터 달랐다. 청정연료(LNG) 혹은 전기버스까지 등장했지만, 40년 전은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경유 버스였다. 결정적 차이는 안내양이다. 지금은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하지만, 당시는 현금 혹은 토큰·회수권을 안내양에게 직접 건넸다.
□ 힘든 시절도 되돌아보면 추억으로 남듯이, 기억 속 80년대 시내버스에는 낭만이 있었다. 연장자나 아이 업은 엄마 등 노약자가 타면 즉각적 자리 양보는 기본이었다. 심지어 30대 회사원에게 10대 고교생이 양보하려는 때도 있었다. 좌석 승객은 서 있는 이의 짐을 받아주는 게 거의 의무였다. 상습적 무임승차가 아니라면 ‘다음에 탈 때 내라’는 배려심 많은 안내양도 있었다. 손님과 안내양의 호감이 로맨스로 이어지는 경우도 목격했다.
□ 하지만 추억을 떨어낸 객관적 모습은 다르다. 70, 80년대 버스 안내양 사회는 요즘 기준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영화 ‘도시로 간 처녀’(1981)에서 묘사된 ‘삥땅’(수금 횡령) 구조가 대표적이다. 안내양과 기사들이 승객 요금 중 일부를 빼돌리는 행위가 성행했고,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 문제도 빈발했다. 종점에 도착하면 몸을 수색했고 알몸 조사도 벌어졌다. 한 달에 대여섯 번씩의 몸수색 탓에 안내양이 나쁜 선택을 기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 ‘100번 버스’를 소재로 한 '백번의 추억' 드라마가 방송 중이다. 과거 시대상 일부를 떼어내 요즘 감성에 맞춘 12부작이다. 시청률로 본다면 대박 흥행은 아니지만 망한 작품도 아닌 듯하다. 이런 드라마를 접할 때는 ‘좋았던 옛날’ 감성을 경계해야 한다. 구조적 부조리가 흘러간 시대의 ‘정(情)’이나 ‘의리’로 포장되곤 한다. ‘2030 남성’의 공정에 대한 강한 요구를, 흘러간 ‘보수-진보’ 논리를 가져와 ‘극우’로 성급히 일반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류가 시작된 이후, 언제나 ‘후생(後生)은 가외(可畏)’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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