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위해 전자담배 선택했는데"… '니코틴·중독' 더 심각
궐련형 등 니코틴 의존도 더 높아
'기상 후 5분 이내 흡연' 3배 더 커
"금연, 전문상담기관 도움 받아야"

"담배 끊으려고 전자담배 샀는데 결국 일반담배랑 같이 피고 있습니다."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 기존 연초 대체품으로 궐련형, 액상형 등의 전자담배를 찾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전자담배의 니코틴 의존도가 일반담배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흡연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의 유독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찾은 광주 광산구의 한 흡연 구역. 흡연자들은 일반담배와 궐련형(연초 및 연초 고형물을 사용하는 전자담배), 액상형(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전자담배) 등 다양한 종류를 사용해 흡연을 하고 있었다.
일반담배로 흡연하던 일부는 연초를 다 피운 뒤 주머니에서 전자담배까지 꺼내 흡연을 이어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15년째 흡연을 하고 있는 전모(43)씨는 금연 시도를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를 구입했지만 흡연 횟수만 늘고 일반담배와 같이 피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씨는 "금연에 성공할 자신이 없어 전자담배를 구입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듯하다"며 "실내에서도 편하게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일반담배보다 흡연 횟수가 더 늘었다"고 전했다.
이규진(29)씨도 "회사 동료들이 전자담배로 많이 바꾸길래 궐련형을 구입했었지만 지금은 일반담배를 다시 피고 있다"면서 "궐련형으로 바꾸면서 금연에도 도전해봤지만 일반담배까지 같이 피우게 돼 포기해버렸다"고 허탈한듯 말했다.
이처럼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연초로 불리는 일반담배보다 전자담배가 인체에도 악영향을 적게 미치고, 간접흡연 등에서도 보다 자유로워 대체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전자담배 판매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담배동향 자료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등의 지난해 판매량은 6억6000갑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해 전체 담배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4%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니코틴 의존도가 더 높을 수 있음은 물론, 유해물질 역시 일반담배에 비교해 적지 않아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수행한 '신종담배 확산에 따른 흡연정도 표준 평가지표 개발 및 적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니코틴 의존도 지표에서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중독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는 전국의 만 20~69세 흡연자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아침 기상 후 첫 담배를 피우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니코틴 의존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삼아 측정됐다. 해당 시간이 짧을수록 중독이 심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기상 후 5분 이내에 담배를 피운다'고 답한 비율은 △액상형 전자담배 단독 사용자(30%)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26%) △일반 담배 사용자(18.5%) 순이었다. 이는 기상하자마자 니코틴을 찾을 만큼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 전자담배 사용자 그룹이 더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용 행태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하루 흡연량도 측정 기준으로 삼아 연구가 진행됐다. 일반담배 사용자 45.8%가 하루에 11~20개비를 피운다고 답했으며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51.0%로 더 많이 측정됐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는 10개비 이하가 63.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자담배가 결코 금연에 도움이 되는 선택지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니코틴 의존도가 일반담배보다 더 높아 흡연 횟수가 증가함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전자담배의 유독성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영향을 일반담배에 비해 미미하다고 여겨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금연을 시도할 경우 전문금연상담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광주 한 보건소 관계자는 "흡연자들이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상담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는 니코틴 수치를 확인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며 "전자담배에도 유해물질이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