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 시 수사·재판 줄종결 전망…경영 판단 보호 vs 수사 공백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2025. 9. 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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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관련 사건 수사와 재판이 종결된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배임죄가 넓게 적용돼 왔다는 비판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배임죄는 지난 수십 년간 계열사 부당 지원·헐값 매각·비자금 조성 등 기업 범죄 수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배임죄 남용 문제는 경영 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으로 해결하되 범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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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여당이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관련 사건 수사와 재판이 종결된다. 유죄 판결받은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배임죄 폐지로 경영 판단의 자율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수사 공백과 지배구조 후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 방안에 따라 형법에서 배임죄 조항이 삭제돼 처벌 근거가 사라지면 법원이 면소 판결을 내려야 한다. 면소 판결은 유죄나 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종결하는 절차다. 과거 간통죄가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인 난 뒤 형법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된 이후와 비슷하다.

또 검찰이 이미 기소한 사건은 공소 취소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 배임죄로 복역 중인 수형자가 재심을 청구하거나 가석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재심까지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재판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이다. 횡령·배임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사건과 배임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은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사건도 영향권에 놓인 사건이다. 한 법조인은 "공공개발 또는 기업지배구조 사건에서 배임이 핵심이었던 재판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임죄 폐지에 대한 법조계 엇갈린 의견은 여전하다. 대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확정한 것처럼 경영 판단을 형사처벌을 단죄하는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평가한다. 실제 지난해 사법연감에 따르면 횡령·배임죄의 무죄율은 6.9%로 전체 형사사건(3.3%)의 2배에 달했다.

한 대기업 법무팀 변호사는 "법 조항이 모호해 해석의 여지가 넓다 보니 검찰이 배임죄를 고리로 기업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하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켰다"며 "진작에 개정됐어야 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오너·대주주의 일탈을 막는 최후의 보루가 배임죄라고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한 검찰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배임죄마저 사라지면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보는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을 담보해 온 장치를 없앨 경우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배임죄가 넓게 적용돼 왔다는 비판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배임죄는 지난 수십 년간 계열사 부당 지원·헐값 매각·비자금 조성 등 기업 범죄 수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배임죄 남용 문제는 경영 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으로 해결하되 범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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