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전 버금가는 제주 임금체불, 道가 직접 뽑는 근로감독관 나오나
정부 근로감독관 업무 지자체 위임, 내년 시범 도입 “예산 뒷받침 돼야”
제주지역 임금 체불 규모가 울산·대전 지역에 버금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이하 근로감독관)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지자체에 근로감독 권한을 위임한다는 구상이라, 제주 노동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전국 임금 체불 총액은 1조3421억 원이며, 체불 피해 노동자는 17만3057명에 달한다. 17개 시·도별로 구분하면 경기도(3540억 원, 4만3200명), 서울시(3434억 원, 4만7000명) 등 수도권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제주는 체불 금액이 186억9000만 원에 체불 피해 노동자는 2057명으로 나타났다. 최하위인 세종(39억 원, 515명)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인구·경제 규모를 비교하면 마냥 안도할 수 없는 정도다.
제주 체불 금액은 울산(189억800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며, 대전(195억7500만 원)과 12억 원 정도 차이를 보인다. 체불 피해 노동자 역시 대전(2782명)과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관광·1차산업 중심의 제주와 광역시인 울산-대전이 체불 임금 규모로 대등한 셈이다.
울산과 대전 사정이 비교적 낫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제주가 얼마나 열악한 노동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조사 결과, 제주는 ▲건설업 ▲도소매 ▲음식 ▲숙박업의 체불 규모가 높게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매월 시·도별 체불 현황을 지자체체와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면서, 체불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이 바로 근로감독 권한의 위임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예방적 감독을 수행할 수 있는 근로감독권한을 부여한다. 지자체는 사업장을 감독하면서, 근로감독관을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사법경찰권을 가진다. 이런 변화를 위해 가칭, '근로감독관 직무 및 사무위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집행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권한 위임과 함께 근로감독관 인력도 대폭 확충한다.

정부는 필요한 입법 절차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지은 뒤, 내년부터 근로감독관을 시범 운영하는 지자체를 선정한다. 그리고 2027년부터 전국 단위로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제주에는 현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소속으로 근로감독관 35명이 활동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여년 간 고용노동부 소속으로 활동해왔다.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제주도를 비롯한 지자체가 근로감독관을 채용·운용하게 되면서 필요한 과제들도 지자체 앞에 던져지게 됐다.
특별사법경찰관이라는 특성을 반영한 채용-관리 절차를 새로 마련하는 한편, 무엇보다 신규 인력에 따른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주도 입장에서는 사업장에 임금 체불 해결을 독려하는 정도 밖에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제주는 사업장의 98%가 30인 미만이라 향후 근로감독관이 많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보다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만큼의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제도에 걸맞는 예산이 지자체에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