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브리핑으로 시작, 1263억원 쓰고 “최종 실패”···‘대왕고래’의 1년 3개월
정부·석유공사, 각종 논란에도 강행
세금 낭비·어민 보상 등 논란 이어질 듯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1호였던 동해 심해 유전 탐사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실패로 최종 결론이 났다. 석연치 않은 대통령의 브리핑 배경, 유망성 평가 업체 선정 과정 등 각종 논란에도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탐사 시추까지 강행했다. 대왕고래 탐사 시추에만 1200억 원가량 비용이 투입됐고 시추 인근 지역 어민들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유전 탐사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부와 석유공사 등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석유공사 측은 지난해 6월3일 당시 윤 전 대통령의 브리핑 소식에 당황했다. 애초 ‘광개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동·서·남해 대륙붕의 자원 개발을 진행하던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에 있는 유망 구조 ‘대왕고래’를 발견했지만 실패 가능성을 고려해 보도자료만 배포하는 수준으로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대통령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는 국정브리핑으로 공개됐다. 윤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영일만”을 언급하며 동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140억배럴은 21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110억배럴)보다 큰 규모다. 당시 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장중 발표된 대통령 브리핑에 자원 개발 관련 종목들은 주가가 급등하는 등 혼란은 커졌다. 유전 개발은 산업부 장관만 승인하면 되고 대통령 승인까지 필요 없는 사안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떨어지던 지지율 반등을 위해 무리한 브리핑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급등 주식 보유 여부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석유공사는 140억배럴로 예측한 유망성 평가 업체 액트지오의 설립자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를 초청해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액트지오는 법인 영업세 1650달러(약 230만원)를 체납하고 직원도 거의 없는 사실상 1인 기업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액트지오의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성 논란 등이 본격화했지만,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탐사 시추까지 밀어붙였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는 약 1263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당시 2025년도 예산안에 497억원을 반영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국회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방해도 언급한 바 있다.
대왕고래 탐사가 실패로 종결됐지만 시추 과정에서 발생한 어민 피해 보상 문제는 과제로 남았다. 포항 지역 어민들은 탐사·시추 과정에서 몇 달 간 홍게잡이를 못 하는 등 수십억 원의 조업 손실을 봤다며 수개월째 피해 보상을 요구 중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2월 “조만간 (보상)협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보상을 위한 어민 피해 사실조사도 진행된 바 없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용역을 발주했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어민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석유공사는 대왕고래는 실패로 끝났지만 동해 심해 다른 지역은 외국계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라 향후 어민들과의 갈등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회장(63)은 “합당한 보상 없이 시추를 감행한다면 해상시위를 벌이는 등 물리적으로라도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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