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신(神)'에 기도까지... 미국 비자 수수료 인상에 인도 반발

허경주 2025. 9. 21. 16: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현행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100배 인상하기로 하면서 인도 정부가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21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인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의 H-1B 비자 수수료 인상 계획을 인도 산업계를 포함한 모든 관련 기관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H-1B 비자 수수료 1억4000만원으로 인상
비자 소지자의 71%는 'IT 강국' 인도 출신
상당수 일자리 잃고, 印 외화 수입도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비자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현행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100배 인상하기로 하면서 인도 정부가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인도인 10명 중 7명이 이 비자를 통해 미국에서 일해온 만큼,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이 인도 경제와 가정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근심이 깔려 있다.

21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인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의 H-1B 비자 수수료 인상 계획을 인도 산업계를 포함한 모든 관련 기관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는 (비자 발급자) 가족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 당국이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숙련 인재의 이동과 교류는 미국과 인도 모두의 부 창출에 크게 기여해 왔다”며 상호 이익을 고려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난 2012년 10월 인도 남부도시 코치의 킨프라 하이테크파크에 위치한 스타트업 사무실에서 한 IT 회사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코치=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는 전날 백악관이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는 남용을 막기 위해 H-1B 비자 신규 신청 시 10만 달러의 추가 납부금을 요구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대응이다.

미국 정부의 조치는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외국 노동자들이 H-1B 비자를 이용해 미국에 정착하면서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강성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관련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새 수수료 규정은 21일 0시 1분(현지시간)부터 발효됐다.

인도가 가장 먼저 반발한 것은 자국이 대표적인 글로벌 정보기술(IT)서비스 아웃소싱 국가이기 때문이다. H-1B 비자는 주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된다.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는데, 이 가운데 71%를 ‘IT 강국’ 인도 출신 기술자들이 차지했다.

상당수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빅테크로 진출한 상태다. 이번 수수료 인상으로 미국 진입 장벽이 급격히 높아질 경우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인도의 외화 수입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까닭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인도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 칠쿠르 발라지 사원에서 인도 청년들이 나무에 신성한 실을 묶은 후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 캡처

인도 IT업계 역시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지 아웃소싱 기업 연합체인 인도소프트웨어산업연합회는 “H-1B 제도가 촉박한 기간에 급격히 바뀌면서 전 세계 기업과 전문가, 유학생에게 상당한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강화된 비자 규제로 일부 인도인들이 ‘비자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웃지 못할 풍경도 연출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州) 하이데라바드의 600년 된 칠쿠르 발라지 사원은 ‘비자 성지’로 불린다”며 “이곳에서 기도하면 미국 등 해외 정착에 필요한 비자가 잘 나온다는 입소문이 퍼져 있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 강화 분위기 속에서, 미국에서 새 기회를 찾으려는 인도인들이 기도로 불안을 달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