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결제수단 넘어 투자까지…“5년 내 금융 혁신 견인”
여러 규제는 걸림돌…“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만들어져야”
금융·제조·운용업계 전문가들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투자와 유동성 관리까지 포괄하는 차세대 금융 인프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5년 내 규제 정비와 제도적 인정이 이뤄지면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XRPL 코리아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XRP 서울 2025'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전통 금융의 융합'을 주제로 박구빈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 한승훈 우리은행 디지털자산팀 차장, 박병선 LG전자 블록체인연구실장이 패널로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차세대 지급결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박 이사는 "자산운용사 관점에서 결제나 정산 기능, 유동성 관리, 기초통화의 역할이 핵심인데, 스테이블코인은 투자자금 정산과 결제 등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며 "현금성 대체자산 관리나 담보 활용 투자까지 가능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투자·유동성 관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차장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글로벌 연결성 확대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기존 스위프트(SWIFT)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대체해 빠르고 저렴한 송금이 가능해진다"며 "무역송금이나 개인송금 등 국경 간 결제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국내 은행들이 200여개 해외 제휴은행에 노스트로 계좌를 개설하고 자금을 예치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기반 직접 결제가 이뤄지면 비용 절감과 자금 운용 효율 제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조사인 LG전자 소속 박 실장은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수수료와 정산 시간을 단축하고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웹3 전환을 시도했던 기업들은 한계를 겪어왔지만,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웹3 이용자 저변 확대와 함께 혁신 아이디어를 제품·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들은 실무 적용을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엄격한 규제 환경과 기술 안정성 확보, 리스크 관리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기존에는 은행이 책임지던 부분이 탈중앙화 구조에서는 기업으로 넘어오면서 책임 범위가 확대된다"며 "공급사와 판매사의 동의도 필요하다. 발행뿐 아니라 활용 측면에서 심도 있는 고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은 인정되지만, 제도화 과정에서 안정성과 규제 정합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논의와 맞물려 산업 추진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한 차장은 "한국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라며 "외환규제, 통화정책, 자금세탁방지(AML), 조세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이후에는 규제와 혁신을 누가 더 잘 융합하는지가 관건이며, 금융의 컴플라이언스와 기술 효율성이 조화를 이룬다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박 이사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과 상품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 비트코인 등 주요 메인넷이 투자자산으로 제도적 인정을 받는다면 수천조원 규모의 펀드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물자산(RWA) 토큰화가 진전되면 결제 수단은 자연스럽게 스테이블코인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차장은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신뢰 기반을 디지털 환경에서 새롭게 구축할 수 있어 금융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며 "3~5년 뒤에는 규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국가 간 결제나 정산 분야에서는 이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요자가 선택하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경쟁력 있는 사업자만 생존할 것"이라고 짚었다.
박 실장도 데이터 활용 관점에서 변화를 예상했다. 그는 "금융사와 달리 제조업은 고객 경험이 핵심인데, 5년 뒤에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신용 데이터가 온체인에서 분석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했던 데이터 시장이 공급자와 수요자 간 자율적 생태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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