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자연적 자유·길항권력...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어려운 경제학 개념 왜 자꾸 말하나

김승현 기자 2025. 9. 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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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부각 위해” 추측도

지난 16일 취임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대중에게 생소한 경제학 개념을 연이어 언급하자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인과의 현장 소통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 사례가 5일 인사청문회와 16일 취임사 등에서 두 번 등장했던 ‘자연적 자유’라는 개념입니다. 주 위원장은 “자연적 자유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공정위의 사명”이라고 했습니다. 자연적 자유는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개념으로 ‘모든 경제 주체가 법과 정의를 어기지 않는 한 자신의 방식대로 직업을 선택하고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독점을 막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주 위원장이 이 용어에 함축했다고 합니다. 청문회 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개념을 호평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주 위원장은 이 외에도 ’길항 권력‘이나 ‘착취적 제도’ 같은 제도경제학 용어도 잇따라 소환했습니다. 16일 취임식에서 “소수의 경제적 강자가 정치 경제적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는 ‘길항 권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 공동 번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고 했습니다. 길항 권력은 버텨서 대항하는 힘을 말합니다. 취임 이후 첫 공개 행사였던 18일 중소기업인과 간담회에선 “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 협상력 균형이 무너지면 강자의 착취가 만연해지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시장 시스템은 착취적 제도로 전락한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죠.

주 위원장이 이렇게 경제학 용어를 쓰는 데 대해 공정위 안팎에서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주 위원장은 미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공정위원장의 발언 자료를 만드는 공정위 부서는 의례적으로 넣던 사자성어를 빼고 진보 경제학 개념을 발굴해 넣기 바쁘다는 후문이 들립니다. 최근 금융회사 등에선 주 위원장의 공정위 운영 철학을 알아내려고 애덤 스미스 책을 읽는 게 유행이란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고위 정책 당국자는 국민에게 정책을 쉽게 설명하는 일도 주요 책무 중 하나입니다. 고난도 학문 용어를 설파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누구나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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