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서 디지털 디톡스 도심 벗어나 특별한 쉼표
나만 알고싶은 숨은 보석
'아비세나 우붓' 리조트

한창 키보드를 두드리던 평일 오후. 여느 날처럼 뭉친 어깨를 뒤로하고 밀린 업무를 토해내듯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뒷목이 뻐근해지더니 고개가 돌아가질 않는다. 부랴부랴 찾은 병원에선 목디스크를 조심하란 무서운 경고와 함께 도수치료 10회 처방이 내려졌다. 받아든 명세서에 찍힌 목디스크보다 무서운 가격. '이 돈이면 동남아 여행도 다녀오겠다.' 우습지만 내가 병원행 대신 인도네시아 발리행을 택한 이유다.

발리는 국내에서 '신혼여행 성지'로 통하는 까닭에 베트남, 태국처럼 가족·친구 단위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붐비지 않는 편이다. 정글에서의 디지털 디톡스. 도심에서 벗어난 진짜 힐링이 고픈 이들에겐 블루오션 관광지인 셈. 그중에서도 아직 개관한 지 1년 남짓밖에 안된 '아비세나 우붓'은 숨겨진 보석 같은, 나만 알고 싶은 신상 숙소다. 아비세나 우붓에서의 경험은 한마디로 '웰니스(Wellness)'다. 체크인 뒤 방문을 여는 순간부터 웰니스의 시작이다. 아비세나 우붓의 모든 방에선 잔디로 된 숙소 앞마당과 침대에서 몇 발짝만 움직이면 온몸을 담글 수 있는 개인 풀장, 그 앞에 끝없이 펼쳐진 정글숲 풍경, 이 모든 게 한눈에 담긴다. 깨끗한 풀내음에 둘러싸여 잠든 덕일까, 오랜만에 기분 좋게 잠에 들 수 있었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웰니스 프로그램의 향연이 이어졌다. 이 중 가장 독특했던 '우사다힐링(Usadha Healing)'. 이름도 낯선 이것은 전문 '멘탈 테라피스트(mental therapist)'가 방에 직접 찾아와 인도네시아 전통 명상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명상과 거리가 먼 삶이었던지라 걱정부터 됐지만 이윽고 난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편해졌다. 테라피스트는 긴장을 이완시키는 노래를 부르며 나의 정신 상태를 진단했다. 이후 흙·물·불·공기·소리·빛·사고 등 7개의 차크라에 기반해 나의 성향과 운세, 앞으로의 전망 등을 톺아줬다. 인도네시아식 사주인 셈이다. "Dancing in the rain(빗속에서 춤추다). 당신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이기려고 하지 않고 기꺼이 즐기네요. 비가 마르면 반짝하고 꽃이 피어 있을 거예요." 여느 사주나 운세처럼 뻔한 말을 들었지만 기분은 좋다. 위로감마저 들어 울컥한다.

흔한 동남아 여행 코스 중 하나인 마사지도 아비세나 우붓에선 평범하지 않다. 이곳의 대표는 거의 매일 리조트에 상주하며 마사지를 비롯한 서비스 전반을 직접 관리하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한다. 스파 예약이 없는 날에도 전 직원이 출근해 평소와 똑같이 실전 트레이닝을 한다니,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기대를 했던 코스는 단연 마사지다. 'Boreh 보디 스크럽(각질 제거)' 마사지 프로그램에는 내 몸에 발리는 스크럽제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시간을 마련해 특별함을 더한다. 쌀, 강황, 각종 약재를 만지고 냄새도 맡아보며 직접 손질해 절구에 빻는다. 내가 만든 스크럽제로 마사지를 받으니 질감, 향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내가 날 아껴줬다는 특별한 느낌까지 든다. 정글뷰를 바라보며 받는 야외 마사지는 호사스럽기까지 하다. 마사지를 다 받고 나면 온몸에 밴 천연재료 특유의 상쾌한 향이 오후 내내 기분을 맑게 해줬다.
현생에 치여 마음의 여유가 없던 사람들은 '선셋 요가' 클래스를 놓치지 말자. 보랏빛 노을을 바라보며 탁 트인 테라스에서 진행하는 요가 수업은 광활한 정글 한가운데 뚝 떨어진 느낌을 들게 해준다. 클래스 막바지에 달해선 '요가 러버'가 돼버렸다.

셋째 날 또다시 별난 일정이 찾아왔다. '플로팅사운드힐링(Floating Sound Healing).' 말 그대로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정신건강에 도움 주는 소리를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손과 두 발을 부드러운 천으로 덮고 안대로 눈을 가린 뒤 폭신한 대형 튜브에 누우니 중력과 멀어져 지구 밖으로 툭 떨어져 나간 느낌이 들었다. "댕~댕~" 맑은 징소리에 따라 풀장에 잔잔한 파동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파동을 느끼며 그대로 1시간 쭉 숙면. "와 진짜 잘 잤다." 불면증에 포기했던 깊은 잠을 이곳에 와서 다 누린 기분이 들었다.
아비세나 우붓 쿠킹 클래스에는 여느 리조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현지 아침장터 장보기' 일정을 마련했다. 이 리조트 근처엔 현지 상인들이 실제로 장사에 쓰일 재료를 구매하는 관광지화 되지 않은 장터가 있다. 리조트 셰프와 함께 이곳에서 쿠킹 클래스에서 쓰일 재료를 직접 고른다.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쿠킹 클래스'. 재료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깃드니 요리하는 과정이 재밌을 수밖에. 신선한 재료에 셰프의 손맛이 더해지니 '요알못'도 근사한 한 상을 뚝딱 차려낼 수 있었다.
아비세나 우붓은 넷째 날도 역시나 독특한 힐링 프로그램을 추천해왔다. '로컬체험 모닝워크(Keliki Treasure Morning Walk Experience)'다. 이 프로그램은 내가 만든 '차낭사리'를 들고 정글숲을 지나 맑은 계곡 앞에서 나와 사랑하는 이들의 안위를 신께 부탁하는 기도를 드리는 코스로 짜여 있다.
병원행 대신 택한 발리행이 나의 목디스크를 없애주고 만성피로를 말끔히 씻겨주진 못한다. 하지만 내가 나를 어떻게 아껴줘야 하는지, 힘들게 도착한 계곡에서 내가 간절히 바랐던 내 미래의 모습은 어땠는지를 깨닫게 됐다. 피곤이 쌓이고 쌓여 무력함이 또다시 날 덮칠 때면 우사다힐링 테라피스트가 내게 해줬던 말을 되뇌며 숙면을 취할 것이다.
[발리 김민주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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