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레고 디자이너 왔다 감" 덴마크 본사 벽의 예언이 현실로
중학교 때 레고놀이로 창작시작
레고하우스 전시 '꿈의 전환점'
놀이의 힘, 세상 바꾸는 원동력
놀이 멈추지 말라는 조언 전해

"레고그룹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도 좋지만, 결국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열정이다."
조영훈(26) 레고그룹 본사 디자이너의 방은 레고 작품으로 가득했다. 선반마다 각기 다른 색과 형태의 브릭들이 채워져 있고 한쪽 벽에는 직접 만든 창작물이 줄지어 서 있었다. 조 디자이너는 2022년 MBC 한국판 레고 마스터즈 프로그램 '블록버스터'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이후 덴마크 레고하우스, 재팬 브릭페스트, 코리아 브릭파티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지난 8월 레고그룹 본사 디자이너로 합류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여행플러스는 레고그룹 본사 디자이너로 합류한 조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내 인생 바꾼 동생이 버린 레고세트
조 디자이너는 중학교 2학년 때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동생 생일 선물로 레고 세트를 사줬는데 동생은 금세 질려버렸다. 바닥에 흩어진 레고 브릭이 그에게 넘어오면서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조 디자이너는 "원래 뭔가 조립하거나 만드는 걸 좋아했던 터라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품 활동이 알려지면서 더 응원해줬다. "부모님의 자랑스러워하는 표정과 뜨거운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조 디자이너는 전했다. 그는 연세대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왔지만 레고그룹 디자이너란 직업을 제대로 안 건 얼마 안 됐다. 그래도 결국 뭔가를 만든다는 점에선 통하는 게 있었다.
남들과 다른 걸 만들고 싶었다
조 디자이너는 로봇이나 드래곤 같은 유기적이고 상징적인 형상으로 향한다. 조 디자이너는 "많은 창작자가 건물이나 자연물을 만드는 동안 나는 다른 길을 걷고 싶었다"며 "레고 브릭만큼 내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어디 있겠나"라고 밝혔다. 그는 남들이 이미 한 것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이 나오는 작품을 원했다. 그냥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이 담긴 걸 만들고 싶었던 거다.
영감은 영화, 만화, 신화, 때로는 실존 인물에서 온다. 그는 보통 스케치로 시작해 필요한 부품을 구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근차근 조립한다. 다른 사람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미리 설계하는데 그는 머릿속 상상만으로 만들어왔다.
직접 손으로 조립하는 과정을 고집해온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에는 부품 낭비를 줄이기 위해 설계 프로그램을 조금씩 병행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손끝의 감각이다.
결국 놀이가 세상을 바꾼다
레고그룹은 매년 '또 다른 이야기를 짓다(Rebuild the World)' 캠페인을 한다. 올해는 '놀이는 계속돼야 한다'가 메시지다. 조 디자이너는 놀이를 자신이 원하는 걸 즐겁게 하는 행위라고 본다. 핵심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동시에 그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무한정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레고 브릭은 작은 부품 하나로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모든 걸 실제로 만들 수 있게 해준다"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고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방식을 기르고 그런 힘들이 모이면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현실이 된 레고 본사에 남긴 글
조 디자이너는 2023년 덴마크 빌룬트 레고하우스(레고그룹의 브랜드 문화체험센터) 전시에 초청받아 작품을 선보였다.
본사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문득 '여기서 일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시 작가들이 메시지를 남기는 벽에 이렇게 적었다. '미래 레고그룹 디자이너 왔다 감'이라고. 불과 2년 뒤 글귀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조 디자이너는 "솔직히 장난 반 진심 반이었는데 1~2년 만에 정말 현실이 될 줄 몰랐다"며 웃음을 보였다.
레고그룹은 매년 전 세계에서 단 15명의 작가만 선정해 레고하우스에 작품을 1년간 전시한다. 조영훈은 2023년 당시 뽑힌 15명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전시를 계기로 꿈은 현실에 가까워졌다. 그는 지난 8월부터 정식으로 레고그룹 본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가 지금 맡은 일은 개인 창작과는 다르다. 더 이상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즐겁게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조 디자이너는 "내가 만든 걸 사람들이 즐겁게 조립하는 모습을 보는 게 지금 가장 큰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신화나 판타지 영화 속 캐릭터, 동물이나 상상의 생물을 제품으로 구현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다.
꿈을 현실로 만든 경험은 다른 이에게 전하는 조언으로 이어졌다. 그는 "레고그룹 디자이너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며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열정"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본업이 있더라도 레고 놀이에 대한 애정만은 놓지 말라고 강조했다. 조 디자이너는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그 진심이 본사에 닿을 기회가 온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들을 향해 메시지를 남겼다. "팬들이 놀이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힘이 현실을 바꾸는 진짜 동력이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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