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가 곧 교실···2년 만에 폐교 위기서 인기 학교로, 목포 서산초의 기적

고귀한 기자 2025. 9. 21. 15: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때 1600명 넘던 학생, 2023년 12명까지 줄어
해양 관련 수업 편성하고 통학 차량 증설·노선 개편
한 달에 한 번꼴 갯벌 현장학습···전학 문의 잇따라
서산초 교실 창밖 풍경. 푸른 바다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고귀한 기자

지난 19일 찾아간 전남 목포시 서산초등학교 1학년 교실.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교실에선 오후 수업이 한창이었다.

수업 도중 교사가 학습이해를 위해 ‘인어공주’의 주제가인 ‘언더더씨(Under the Sea)’를 틀자 흥을 주체하지 못한 학생들이 칠판 앞으로 나와 몸을 마구 흔들어 댔다. 팔다리를 쭉쭉 뻗으며 서로를 따라 하거나 마주 보며 깔깔 웃었다.

흐뭇하게 지켜보던 교사는 “아이들의 웃음이 곧 지역의 희망이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살고, 지역도 미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 아이들의 ‘웃음’이 돌아온지 이제 1년 남짓됐다. 서산초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폐교 위기에 놓여 있던 학교였다. 1977년 전교생이 1600명이 넘었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2013년 38명, 2023년에는 12명까지 줄었다. 교실은 텅 비고 운동장은 적막해 통폐합 대상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변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전남교육청이 서산초를 ‘작은학교 특성화 모델학교’로 지정하면서다. 서산초는 목포해양대학교·목포해양경찰서 등과 협약을 맺고 해양환경·안전교육을 정규 수업에 포함했다. 통학 차량을 늘리고 노선을 개편해 10㎞쯤 떨어진 곳에 사는 학생들도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학생 수는 지난해 37명으로 늘었고, 올해 9월 2일 기준으로 52명까지 늘었다. 학부모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내년 3월에는 전교생이 6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바다에서 직접 배우고 생명을 돌보는 과정에서 책임감과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전학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서산초 학생들이 인근 갯벌에서 현장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서산초 제공

특성화 지정 후 서산초는 ‘바다浪(랑)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교정에는 ‘바다와 함께 서산에서 세계로’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학교 전체가 해양과 생명을 주제로 한 체험 학습장으로 변했다.

복도 중앙에는 알록달록한 빛깔의 ‘시클리드’와 ‘나비’, ‘비파’ 등 물고기 수십여 마리가 노니는 대형 수족관이 자리 잡고 있다. 교정 한쪽에는 지역과 교명을 따서 학생들이 직접 이름 지은 유기견 ‘달산이’와 ‘서희’, 그리고 10여종의 닭과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조류학습장이 마련돼 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수족관 물고기를 살피고 강아지와 닭에게 먹이를 주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운동장 한쪽에서 강아지와 놀던 3학년 학생은 “등교하면 제일 먼저 애들을 보러 와요. 맨날 학교에 있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서산초 복도에 설치된 대형 수족관 앞에서 학생들이 물고기를 관찰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학교는 바다와 불과 직선거리로 200m쯤 떨어져 있다. 이 지리적 강점을 살려 현장 체험학습도 특화돼 있다.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연간 10차례 이상 바다로 나가 갯벌을 누빈다.

장화를 신고 게·새우 같은 생물을 관찰하고, 주워온 조개껍데기와 유리 조각 등을 깨끗이 씻어 사진 액자 등으로 재활용한다. 전교생이 함께 연기·노래·무대 제작을 나눠 맡으며 해양오염을 주제로 한 뮤지컬도 연습하고 있다.

채정화 교장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환하게 웃고 어울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해맑은 동심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 지역과 사회의 든든한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