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양자, KAIST 반도체, 서울대 뇌과학… 대학들 첨단장비 도입 경쟁

김태연 2025. 9. 2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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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는 반도체 공정이나 소자 기술을 컴퓨터상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첨단 소프트웨어(TCAD)가 도입됐다.

최성율 반도체공학대학원장(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은 "교육 현장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미세 공정을 학생들이 설계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면서 "첨단장비 경험이 미래 반도체 리더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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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연구 주도권 확보 위한 인프라
우수 인재 유치하려는 대학들 생존 전략
학계·지역 협력 범위 넓히는 시너지 기대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본원 미래융합소자동에 있는 전자빔 리소그래피. 이 장비는 전자빔을 사용해 미세회로 패턴을 구현한다. 카이스트 제공

이달 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는 반도체 공정이나 소자 기술을 컴퓨터상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첨단 소프트웨어(TCAD)가 도입됐다. 덕분에 연구실에서 개발한 반도체 신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잘 작동될지 확인해볼 수 있게 됐다. 칩의 미세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전자빔 리소그래피, 자성 특성을 정밀 측정하는 고자기장 측정 시스템도 설치됐다.

카이스트는 이처럼 소자부터 소재, 공정, 패키징 등 반도체 제조 전 과정을 아우르는 인프라를 반도체공학대학원에 구축하고 지난 8일 개소식을 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쓰는 최신 장비들로 선별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최성율 반도체공학대학원장(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은 "교육 현장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미세 공정을 학생들이 설계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면서 "첨단장비 경험이 미래 반도체 리더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첨단산업 관련 장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양자, 뇌과학 등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이는 단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첨단연구 분야를 선점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는 대학들의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문을 연 연세대와 IBM의 양자컴퓨팅센터에 IBM의 양자커컴퓨터 '퀀텀 시스템 원'이 설치돼 있다. 연세대 제공

카이스트가 반도체에 힘을 줬다면, 연세대는 양자 분야에서 발 빠르게 치고 나갔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127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도입해 양자 기반 계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는 양자정보학과 대학원 신설, 글로벌 공동연구 체결 등으로 이어졌다.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의대 외과학 교수)은 "비약적으로 향상된 연산 능력을 토대로 첨단 바이오 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들의 장비 선점 움직임은 첨단연구 주도권 확보 목적이 크다. 서울대는 올해 2월 최첨단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포함한 통합 뇌과학 연구 인프라를 확보한 덕분에 뇌의 미세 연결망을 훨씬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최희정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장(생명과학부 교수)은 "국내에선 얻기 어려웠던 고정밀 데이터 제공이 가능해져 뇌과학 분야 국제학계에서도 위상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에 2월 도입된 첨단 뇌영상기기인 고경사 확산 자기공명영상(HG-dMRI) 장비가 설치돼 있다. 이를 활용하면 뇌 구조를 훨씬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기초과학공동기기원 제공

연구 주도권은 결국 대학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학령 인구 감소와 의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우수 학생과 연구진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이공계 대학은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첨단 장비를 확보해 연구 역량을 높이고 산업계와 교류를 늘려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게 시급하다. 과학기술정책 전문가인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가 장비는 인재 유치와 공동 연구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대학들의 분야별 첨단장비 도입은 연구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지역에 기여하는 측면도 크다. 인제대 김해캠퍼스는 올해 1월 심장 전기신호 측정 시스템을 도입해 지역 중소기업과 공유하고 있다. 한진 인제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우리 장비가 인근 기업에서도 활용되면서 지역의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해시는 의생명과 의료기기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김준모 교수는 "대학별 고가 장비를 공동 활용하며 학계와 지역의 협력 범위를 넓히는 시너지도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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