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없다" 결론난 대왕고래, 예산도 끊겼는데…2차 시추 가능할까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5. 9. 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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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는 고래 조형물 뒤로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입항해 있다. 2024.1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가장 유망한 구조로 평가됐던 '대왕고래' 구조가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는 해외업체 투자유치를 통해 2차 탐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내년 예산 편성도 안 돼 실제 사업 추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대왕고래 구조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가스가 발견될 것으로 유망하게 평가됐던 7개 유망구조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35억~140억배럴 규모의 석유 및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총 7개의 유망구조 중 대왕고래라는 명칭이 붙은 구조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첫 탐사시추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시료에 대한 임시분석에서는 대왕고래의 가스포화도가 낮아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석유공사는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전문업체인 코어래보라토리스(Core Laboratories)에 분석을 맡겨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정밀 분석을 실시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정밀분석 결과 대왕고래의 가스포화도는 6.3%에 불과했다. 이는 시추 전 예상치였던 50~7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스의 기원도 상업성이 높은 열적기원 가스가 아닌 상업성이 낮은 생물분해 바이오가스로 분석됐다. 다만 가스 존재 여부의 주요 기준인 저류암과 덮개암의 두께는 각각 68.5m, 269.5m로 예상치와 유사했다.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추가적인 탐사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해외업체 투자를 통해 다른 유망구조에서 탐사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9월19일까지 투자유치 입찰을 진행한 결과 복수의 외국계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제안서 검토를 거쳐 최종 투자자 한 곳이 선정되면 석유공사는 해당 업체와 공동 투자를 통해 2차 탐사를 진행한다. 지분율은 석유공사가 최소 51% 이상 보유한다.

2차 시추는 다른 유망구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유망구조로 '명태', '오징어'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월 액트지오의 추가 분석 결과 '마귀상어' 등 14개 유망구조가 새롭게 발견됐다. 마귀상어에만 최대 51억7000만배럴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존에 발견된 유망구조에 대해 진행할 수도 있고 새롭게 유망구조 탐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며 "업체 선정 이후 구체적인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유망한 것으로 평가됐던 대왕고래 구조가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난 만큼 2차 시추의 추진 동력은 이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업체가 참여한다 해도 사업성이 없으면 시추조차 어려울 수 있다. 앞서 동해 가스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는 사업성 검토 결과 참여 유인이 없다고 보고 2022년5월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동해 가스개발 사업에 부정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사업 자체가 재검토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동해 가스개발 관련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도 산업부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13조8778억원을 편성했지만 동해 가스개발 사업 예산은 0원이었다.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은 지난 1일 예산안 브리핑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가스개발 사업) 예산은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산업부 내에서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계속하는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석유공사의 재무구조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부채는 21조81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2351억원 늘었으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조321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해외투자를 유치한다 해도 석유공사가 지분 참여를 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사업에 투입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생태계를 지속하기 위해선 동해 가스개발 사업을 중단해선 안된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윤석열 정부는 동해 가스개발 성공 확률을 20%로 보고 5번의 시추를 할 계획이었다. 세계 최대 심해유전으로 평가되는 가이아나 유전의 경우 탐사성공률이 16%였지만 지속적인 탐사 끝에 유전 발견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울산 남동쪽에 있는 대륙붕 제6-1광구에서 탐사 시추를 성공한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가스전으로 2004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지만 2021년12월 생산을 중단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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