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이상일 감독 “예술가의 삶 통해 또 다른 감동 주고팠다” [BIFF 2025]

손미정 2025. 9. 2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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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만 관객 ‘국보’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
가부키 소재로 ‘궁극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그려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오스카 진출
이상일 감독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국보’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부산)=손미정 기자] “천만 관객의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상상도 못 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흥행이었다. 일본 실사화 영화의 평균 제작비를 훨씬 뛰어넘은 대작에 3시간가량의 러닝타임. 흥행하려면 TV 방송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관념까지 깨버린 영화. 일본 전통 예술인 가부키를 소재로 한 영화 ‘국보’는 아무래도 기존의 일본 영화계에 고착돼 온 ‘흥행 공식’과는 거리가 먼 영화다. 그렇기에 천만 관객을 넘어선 ‘국보’의 흥행은 어느 때보다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으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보’를 연출한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은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순수한 문학 작품에서 시작한 정통 영화이기에, 흥행을 순수하게 기뻐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며 “3시간짜리 영화이기 때문에 흥행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보’에서 주인공 다치바나 기쿠오를 분한 배우 요시자와 료도 함께했다.

영화 ‘국보’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보’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지난 20일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였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 주간 초청작으로, 지난달 내년 아카데미시상식 국제 장편 영화상 일본 대표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개봉 10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실사화 영화 흥행 1위인 ‘춤추는 대수사선2’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영화는 전작 ‘악인’(2010), ‘분노’(2016)에 이어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이상일 감독이 만든 세 번째 작품이다. 일본 전통 예술인 가부키로 ‘국보(国宝)’의 반열에 오른 예술가의 일생을 그렸다.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나 가부키 명문가에 편입된 기쿠오, 그리고 친구이자 경쟁자인 슌스케와의 우정과 갈등, 연민과 애증, 그리고 이들의 관계 깊은 곳에 자리한 ‘궁극의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을 담아냈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은 예술가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잃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혈통을 타고난 자도, 그렇지 않은 자도 나름의 고뇌를 짊어지고 살아가면서 그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라면서 “예술을 추구하면서 나아가는 사람들만이 보는 풍경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 그런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요시자와 료가 2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국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영화는 전통 가부키 가문 출신이 아닌 ‘아웃사이더(외부인)’ 기쿠오에 주목한다. ‘외부인’이란 수식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이 감독의 정체성과도 맞닿아있다. 이 감독은 “나의 정체성이 영화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며 웃었다.

그는 “국보라는 작품을 통해서 내가 계속 관심을 갖고 표현하고자 싶어 했던 부분은 모두 아웃사이더다”면서 “사회 변두리 인물에게 주목한 것은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이 감독은 ‘국보’를 연출하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으로는 경극을 다룬 천카이거 감독의 영화 ‘패왕별희’(1998)를 꼽았다. 그는 “학창 시절에 ‘패왕별희’를 매우 인상 깊게 봤다”면서 “그 작품이 ‘국보’와 직접 연결이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때 남은 충격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상일 감독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국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칸과 부산, 그리고 오스카까지. ‘국보’의 세계적 행보를 바라보는 일본 영화계의 기대는 크다. 이 감독과 요시자와는 “영화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연출자로서, 그리고 연기자로서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감독은 “감독과 제작자 등 영화인 개개인이 ‘영화란 무엇인가’란 질문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찍으면 관객들이 좀 더 기뻐할 것인가’를 추구하면서 해나가야 한다”면서 “그러한 결과가 흥행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요시자와는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저희가 계속 영화를 마주하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면서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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