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창업자, 이재용 회장 보다 30배 부자됐다…오라클 ‘미친 성장’의 비결은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영화 ‘매트릭스’에서 ‘오라클’(Oracle)은 기계를 상대하는 인간 저항군에게 미래에 대한 힌트를 제시한다. 여기서 오라클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주제로 철학적 질문도 던진다. 오라클이 인간을 돕는 설정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개념이다.
신화속 오라클은 ‘신탁’(神託)이나 신의 계시, 예언자를 뜻한다. 그리스 델포이 신탁소를 오라클이라 불렀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ORCL’이란 이름으로 상장된 오라클은 최근 기회를 살렸다. 인공지능(AI)과 관련된 미래를 자신의 실적으로 보여주며 투자자들에게 ‘대박주’라는 힌트를 주고 있다.
오라클 주가는 최근 6개월(3월 12일~9월11일) 2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하루만에 36% 폭등하며 전세계 투자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중 가장 놀란 사람은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이다. 이날 급등에 자산이 533조원 까지 불어났다. 오라클 지분을 41%나 갖고 있어서다.

오라클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계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이 회사가 인기를 모은 것은 기업들이 직접 비싼 서버나 데이터센터를 만들 필요 없이 오라클의 서비스를 이용해 AI 학습이나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어서다.
그동안 오라클은 온프레미스(On-Premise) 사업과 같은 전통 비즈니스에 강했다. 이 사업은 기업이 자체 건물 안에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장비를 설치하고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오라클은 이 사업과 관련해 라이선스를 판매하고, 유지 보수 서비스 비용을 받아왔다. 은행이나 공공기관은 보안상 문제 때문에 온프레미스를 선호했다.
이 사업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안정적 모델에 취해있던 오라클은 그래서 클라우드 전환에 다소 늦었다. 그럼에도 빠르게 전세를 바꾼 계기는 인수합병(M&A) 덕분이다. 재정 부담에도 2016년 넷스위트(NetSuite), 2022년 세르너(Cerner)를 사들이며 약점을 보완했다.
넷스위트 M&A로 중소기업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할 수 있었다. 또 헬스케어 분야에 강점이 있었던 세르너 인수로 ‘산업별 특화 클라우드 사업 구축’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이제 오라클은 클라우드 ‘기존 투톱’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주가 급등의 이유는 오픈AI나 xAI와 같은 미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대규모 AI 학습을 위해 오라클과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라클의 급증한 ‘RPO’(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로 나타났다.
오라클은 매년 5월말 회계년도가 끝나는 상장사다. 따라서 이번 분기(6~8월)를 2026회계년도 1분기라고 부른다. 1분기 매출은 149억 달러로, 월가 예상치(15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주당 순이익(EPS) 역시 1.47달러로, 예상치 1.48달러를 밑돌았다.
통상 이런 경우라면 상장사 주가는 급락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오라클의 RPO에 집중했다. RPO는 ‘앞으로 계약상 이행해야 할 매출 의무’다. 여기서 의무를 다해야할 곳은 오라클의 고객사다. 향후 미래 매출로 잡힐 예정 금액이다. 조선사들의 ‘수주 잔고’와 비슷한 개념이다.
1분기 오라클 RPO는 4550억 달러에 달했다. 1년전인 2025년도 1분기 보다 359% 급증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2025년 4분기(1380억 달러) 대비 무려 3.3배나 폭증했다. AI 시대를 앞장서려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오라클에게 손을 내밀어 다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AI 고객사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췄다는 뜻이다. 이들은 AI 성능과 확장성, 비용 효율성 면에서 오라클의 클라우드 기술력에 매료됐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소수의 기업들에게 몰려 있는 계약 구조가 다소 위험해보일 수 있지만 결국 다른 기업들도 오라클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월가는 오라클의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다만 오라클의 미래가 무조건 장밋빛은 아니다. 오라클의 RPO 다년 계약 역시 취소될 리스크는 남아 있다. 수년간에 걸쳐 ‘확실하게’ 매출로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엔비디아 역시 발열 문제로 인한 성능 저하로 일부 계약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24년도에 처음 연간 500억 달러 매출 시대를 연 오라클은 최근 종료된 2025회계년도에 57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26년도엔 670억 달러, 2027년도 816억6000만 달러, 2028년도엔 1160억 달러로 추정된다. 2028년도엔 사상 처음 1000만 달러 매출 상장사로 등재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사 특유의 고마진도 이어간다. 2024년도에 처음 연간 20% 이상의 순이익률을 기록한데 이어 2025년도 22.1%, 2026년도엔 순이익률 30%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순이익률은 높은 주주환원으로 이어진다.
2021년도에 연간 첫 주당 1달러 이상의 배당을 실시한 오라클은 2026사업년도에 1.94달러의 배당을 예고했다. 이같은 배당성장률을 연평균복합성장률(CAGR)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5년 평균 13.3%에 달한다. 미국 가치주에선 흔한 성장률이지만 오라클이 고속성장주라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배당성장률이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은 클라우드 사업에서 후발주자로 끊임없이 그 성장세를 의심받아왔지만 오픈AI와 메타플랫폼과 같은 AI 사업자들에겐 최고의 파트너로서의 그 실력을 증명했다”며 “향후 1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45배에 달한다는 점은 약점으로, 당분간 주가 변동성은 클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오라클의 성공 스토리는 갈 길 잃은 국내 IT 기업들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외부의 힘을 빌리고 이후에 ‘물리적 결합’으로 다시 한번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전자 역시 기존 사업만 지키려 하기 보단 ‘도박’에 가까운 M&A로 도약을 노릴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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