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매운 무기' 파는 K방산, 불닭볶음면 마케팅이 해법이다 [Deep&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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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 경쟁, 중동 분쟁….
세계 안보 지형은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방비와 무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지만, 동시에 각국은 보호주의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 변화의 파도 속에서 K방산은 더 이상 내수 중심에만 머물 수 없다. 지속 성장을 위해선 ‘수출 중심 구조’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관건은 단순히 ‘무기를 팔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지역별 안보 맥락에 맞춘 전략적 해법을 준비할 수 있느냐’이다. 해외 방산 수요는 글로벌 안보환경 변화에 직접적으로 좌우되므로 변화를 정확히 읽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의 안보 환경과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수출 전략 마련이 필수적하다. 지구촌 K푸드 열풍을 선도하는 '불닭볶음면'의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불닭볶음면은 한국의 매운맛을 팔기 위해 각 지역에 특화한 다양한 '챌린지' 행사와 제품 다각화, 개별 유통 및 프로모션 활동에 집중했다. 그 성공 방정식을 되살리는 데 K방산이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 재무장 수요와 보호주의가 교차하는 복잡한 시장이다. 이 ‘유럽산 보호주의’라는 장벽을 넘기 위해 현지화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중동은 종교·문화적 맥락과 정치적 균형감각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동남아 지역은 가성비와 실용성으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이 중요하다.

재무장 수요와 보호주의 장벽이 교차하는 유럽 방산 시장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면서, K방산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3월 ‘2030 유럽재무장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총 수천조 원 이상 규모의 무기 구매 시장을 열었고, 내년부터는 19개국이 214조 원 규모의 무기를 공동 구매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미 2022년 폴란드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방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K2 전차 180대 수출계약을 맺었다. 또 약 8조 원 규모의 잠수함 ‘Orca Project’ 참여도 노리고 있다. 폴란드 또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은 나토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도 K방산의 입지를 넓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EU가 추진 중인 ‘바이 유러피안’ 정책(65% 이상 유럽산 부품 의무화 등) 등 유럽산 보호주의는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포르투갈 등은 미국산 F-35 대신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더욱이 향후 5년 내 유럽 국가들이 자국 내의 생산 인프라를 재정비할 경우 장벽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완제품 판매에 머무르지 않도록, 합작법인 설립과 정비창·물류센터 구축을 포함한 ‘한-유럽 방산 협력 체제’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분쟁의 불씨 위에 선 중동,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 구축 필요
이란 핵개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분쟁이 지속되는 중동은 세계 주요 방산 시장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천궁-II 등 4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지역은 미국 의존 축소와 무기조달 다변화를 모색하며 한국을 주목할 만한 공급국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동에서 방산 협력을 추진할 때는 종교·문화적 맥락을 존중하는 외교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이 지역의 계약 문화는 왕실이나 정부 고위층과의 관계가 성패를 좌우한다. 따라서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꾸준한 방문과 교류를 이어가는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또 향후 국경·해양 감시체계,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 사이버보안 패키지 등 민·군 연계 솔루션도 안정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드론과 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중동의 특성을 고려해, 방공망 체계(천궁-II·철매-II), K9 자주포, FA-50 등 무기 패키지를 결합한 수출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 정비·성능향상·부품 공동조달 등 전(全) 생애주기 지원을 통해 “한번 거래하면 계속 쓰고 싶은 무기”라는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아세안, 중국 견제 속 전략적으로 부상하는 K방산
아세안은 중국과의 해상 영유권 분쟁으로 군사력 강화를 서두르며 K방산에 유럽 못지않은 기회의 창을 열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대응을 보면서 “필요할 때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고, 이에 따라 자체 국방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성능이 뒤처진 중국산 대신 한국산 무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합리적인 가격과 신속한 인도 또한 K방산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아세안 국가 입장에서 K방산은 ‘실용적이고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선택지’인 셈이다. 실제로 한국은 2024년 이후 △필리핀에 FA-50 경공격기 추가 공급 △말레이시아에 FA-50 경전투기 18대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방산물자 수출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 현지 생산, 교육훈련 지원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필리핀에 항공기를 판매할 때 정비창 구축, 조종사 교육 훈련·기술연수 등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해군 함정 현대화 컨설팅을 함께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또 현지 생산·조립, 기술 이전, 인력 양성 같은 산업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방산 계약을 에너지·인프라 사업과 결합한 ‘경제안보 패키지’로 발전시키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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