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은 “미국 요구대로 3500억달러 투자 땐 국내 산업 공동화·인재 유출 리스크”

김윤나영 기자 2025. 9.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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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관세 땐 “성장 하방 압력↑, 충격 일부 완충”
일각 “전액 현금 투자 땐 제조업 붕괴 우려” 경고
진성준 “미·일 합의 참고, 무리한 요구엔 신중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의 3500억달러 대미투자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산업 공동화, 고용 위축, 인재 유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한은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대미투자로 단기적으로는 중간재·자본재 수출 등 성장 유발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산업 공동화·고용 위축·인재 유출 등의 리스크도 있다”고 답했다.

한은은 3500억달러 대미투자 대신 관세율 15% 적용 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변동에 대해 “투자기간, 운용구조, 수익배분 등 세부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대미투자가 국내 성장 및 투자, 외환시장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한은은 “(지난 7월) 한·미 합의 전과 비교하면 평균 관세율이 비슷해 미국 관세율 변화의 추가적인 (성장률)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0.9%, 내년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에 이미 상호관세·자동차관세 15%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협상이 결렬돼 한국이 25% 관세를 적용받으면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어 성장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 관세로 원화가 절하되고, 기업의 시장 개척 등으로 대미수출 감소의 일부가 여타국으로 전환 수출되면서 충격을 일부 완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한국 정부가 수출기업의 관세 부담을 직접 지원한다면 “생산과 수출의 부정적 영향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국 요구대로 3500억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투자하면 한국 제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인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국회외교안보포럼에서 “대중 해외직접투자가 급증하던 2000~2010년엔 해외투자기업의 국내 공장 폐쇄율과 설립률 격차가 없어 해외투자기업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며 “반면 대미 투자가 급증한 2015~2024년에는 국내 공장 폐쇄율이 설립률보다 높아 국내 투자와 고용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일본이 관세 인하 대가로 약속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가 사실상 백지수표에 가까운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는 한·미 간의 이익균형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익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미국 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저는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 협상팀에 합리적 대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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