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현장 누빈 여성 종군기자… 인천시립박물관 ‘마거리트 히긴스 특별전’ 개최
6·25 당시 가장 먼저 도착한 외국 특파원
인천상륙작전 생생한 르포, 퓰리처상 수상
전설적 여성 종군 기자의 발자취 재조명
오는 26일 ‘히긴스 마니아’의 강연도 진행

인천시립박물관이 인천상륙작전 75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 전시 ‘불꽃 같은 삶: 1950년 9월 인천의 마거리트 히긴스’가 내달 19일까지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군 해병대원들과 함께 직접 상륙정을 타고 인천 만석동 해안에 상륙해 현장 기사로 생생하게 전황을 전한 뉴욕 헤럴드트리뷴(New York Herald Tribune) 신문의 종군 기자 마거리트 히긴스(Marguerite Higgins·1920~1966)의 생애와 활동을 조명하고 있다.
히긴스는 한국전쟁 발발 이틀 만인 1950년 6월27일 한국에 최초로 파견된 외국 특파원이었다. 한강 인도교 폭파, 오산·평택 전투, 낙동강 전투, 마산·통영 전투,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 장진호 전투를 비롯한 격전의 현장에 늘 종군 기자 히긴스가 있었다.
특히 히긴스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한국에 있던 유일한 외국인 여성 종군 기자였다. 히긴스는 당시 지구상에서 인천상륙작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여성으로, 함정 위에서 지휘한 맥아더보다 더 상륙작전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 현장성으로 “그녀의 기사에서는 화약 냄새가 난다”는 게 당대의 평가였다.
히긴스는 195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그는 한국전쟁에 관한 세계 최초의 단행본 ‘한국에서의 전쟁’(War in Korea)을 출간했다. AP통신은 그해 히긴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다음은 히긴스가 생생하게 전한 인천상륙작전의 전황 중 일부다.
“시간 엄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최종 브리핑이 있었다. 조수(潮水)는 오직 4시간만 제 수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는 만조(滿朝)가 되기 정확히 30분 전인 오후 5시 반에 공격하기로 돼 있었다. 하나의 공격 조는 나란히 정렬된 6척의 공격용 상륙보트(LCVP)로 구성됐으며, 2분 간격으로 해안에 접근할 예정이었다.” (마거리트 히긴스 ‘한국에서의 전쟁’ 중에서)

히긴스가 인천상륙작전에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는 다음 내용에서도 알 수 있다.
“‘제5진!’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맨 마지막으로 상륙보트에 탔다. 보트에는 38명의 중무장한 해병이 승선했다. 이들은 각각 등에는 판초를, 어깨에는 소총을 메고 있었다.” (마거리트 히긴스 ‘한국에서의 전쟁’ 중에서)
히긴스는 1951년 한 해에만 50여 개의 상을 받았다. 강연·인터뷰 요청만 수천 건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렇게 바쁜 가운데 히긴스는 기자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1951~1957년 사이 한국을 7차례 더 찾았다.
이후 히긴스는 콩고내전, 베트남전쟁 현장에도 뛰어들어 취재를 계속했다.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프랑코 스페인 총통, 티토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장제스 대만 총통, 네루 인도 총리, 트루먼과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등 세계 주요 지도자들을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히긴스는 1965년 베트남에서 취재 도중 풍토병에 걸려 이듬해 생을 마감했다. 세상을 뜨기 2주 전까지도 신문에 칼럼을 썼다. 히긴스의 유해는 워싱턴DC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미국의 한 언론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설에서 “그리고 이제 그녀는 다시 병사들과 함께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시립박물관이 소장한 당시 신문·사진·실물 자료들을 비롯해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서울대도서관, 화도진도서관, 국립6·25납북자기념관 등 국내 관련 기관 자료들과 미국 국립문서보관서(NARA)의 사진 자료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1부 ‘전설의 탄생: 1950년 인천’, 2부 ‘용기: 이중 삼중의 싸움’, 3부 ‘세계사를 읽는 통찰력’, 4부 ‘인간 히긴스’로 구성됐다.
국내에는 히긴스의 체취가 담긴 실물 자료가 극히 부족한 상황인데, ‘히긴스 마니아’로 불리는 김점석 KTV 전문위원이 50여년 동안 모아온 관련 자료들을 이번 전시에서 공개했다. 히긴스가 종군 기자로서 썼던 신문 기사들과 그의 다양한 현장 취재 모습을 담은 사진, 히긴스의 육필 사인이 들어간 저서 ‘한국에서의 전쟁’ 영문 원본 등이다. 히긴스에게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안겨 준 뉴욕 헤럴드트리뷴의 1950년 9월18일자 ‘인천상륙작전 현장 르포 기사’ 원본도 전시된다.
한국전쟁 당시 히긴스의 사진들에선 ‘종군기자’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많다. ‘전장에서 병사와 대화하는 히긴스’ ‘군인과 담배를 피우는 히긴스’ ‘한국인 이발사에게 머리를 자르는 히긴스’ 등 사진들은 그가 취재를 위하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한 단면이다. 사진 속 그의 얼굴은 항상 햇볕에 그을려 있고, 머리도 부스스했다.
생전 히긴스는 종군기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이겐 종군기자로서 일류 기사를 쓰려면 일반 기자에게 요구되는 것 외에 두 가지 특징만 있으면 된다. 비상한 신체 지구력과, 서슴치 않고 모험을 할 수 있는 의욕이다.” (마거리트 히긴스 ‘뉴스는 특별한 것이다’ 중에서)
시립박물관은 오는 26일 오후 2시 김점석 전문위원에게 히긴스에 얽힌 이야기와 유물 수집 과정을 듣는 ‘관람객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태익 시립박물관장은 “전설적인 종군 기자의 치열했던 생애를 통해 인천에서 벌어졌던 세계사적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라며 “히긴스의 45년 불꽃 같은 삶이 가장 뜨겁게 타올랐던 현장이 바로 인천이었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는 각별히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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