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美 조지아주 구금사태가 불러낸 '특파원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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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 대한 첫 기억은 뜨거운 하늘과 차가운 시선이었다.
2011년 7월, 미국 남부 담당 특파원으로 주도인 애틀랜타에 부임했을 때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와 끈적한 습기, 그리고 이방인에게 닥친 낯선 현실이 동시에 밀려왔다.
최근 조지아주 한국 직원 구금 사태는 미국 경제의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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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라며 기아차 환영하면서 이민·취업은 철벽 방어
조지아 사태로 '한국은 호구' 논란, 국익 우선 계산법 짜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미국 조지아주에 대한 첫 기억은 뜨거운 하늘과 차가운 시선이었다. 2011년 7월, 미국 남부 담당 특파원으로 주도인 애틀랜타에 부임했을 때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와 끈적한 습기, 그리고 이방인에게 닥친 낯선 현실이 동시에 밀려왔다.
외국 특파원 비자(I-비자)를 들고 주민등록증과 다름없는 운전면허를 발급받으러 차량국을 열 번 넘게 찾았지만, 직원들은 매번 "I-비자가 뭐냐"며 핀잔을 주고는 곧바로 "넥스트(next: 다음 사람)"를 외쳤다.
한 직원의 막말은 뇌리에 박혀 있다. 미국 비자 설명서에 적힌 I-비자 대목을 보여주자 "내가 왜 그런 걸 알아야 하나"라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go back to your country)"고 쏘아붙였다. 모른다는 건 거짓말이고 '왜 여기 와서 우리 일자리를 뺏으려 드느냐'는 속내가 보였다.
그렇게 석 달 동안 가슴을 졸이며 차량국을 드나들었다. 본사 권유로 다른 지역으로 옮길 생각도 했지만, 다행히 마음씨 좋은 직원을 만나 '합법적 불법체류자'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조지아는 인종차별의 과거를 뒤로 하고 외국 기업 유치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현대·기아차가 있었다. 애틀랜타에서 차로 두 시간이 걸리는 시골 도시 웨스트포인트에 기아차 공장이 들어섰고, 이곳에서 중형 세단 옵티마(한국명 K-5)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농장 일자리밖에 없던 마을은 활기를 띠었고, 가정집 앞에는 "기아차가 이 땅에 들어오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팻말이 내걸렸다.
기아차 진출이 지역 경제를 끌어올리자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속속 자리를 잡았고, 이들의 취업 통로가 된 조지아텍은 '졸업 후 연봉 1위' '최고 가성비 대학' 타이틀을 차지하며 '남부의 MIT'라는 별칭을 넘어섰다. 기아차가 없었다면 완전 고용을 넘어선 조지아의 번영도, 세계적 공대가 된 조지아텍의 비상도 없었을 것이다.
![불법체류자로 몰려 체포, 구금되는 한국 직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1/yonhap/20250921080225010tvmf.jpg)
최근 조지아주 한국 직원 구금 사태는 미국 경제의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이민단속국이 한국인 직원을 수갑으로 결박해 끌고 가는 장면을 보면 과거 조지아주 목화밭에서 노예 노동을 착취하던 농장주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제도와 수단만 달라졌을 뿐 이방인을 값싼 도구로 보며 경계하는 인식은 여전하다. 낯선 외국인들의 땀으로 일군 번영은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그들의 헌신과 기여를 감사하게 여기며 사회 구성원으로 품으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아차 진출을 '신의 축복'이라 치켜세우는 미국 사회가 정작 한국인에게는 취업 기회조차 내주지 않는 모순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이 호구 취급을 당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국민과 정부는 분노와 변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냉정히 따지고 우리에게 유리한 계산법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필요에 따라 우리가 안보 및 경제 역량을 쏟아붓고도 상응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져선 안 된다. 이제 한미동맹이 주는 관성적 기대심리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당당한 태도라고 본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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