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명 중 1명 찾는 CJ 선물세트…추석 5개월 전, 공장은 풀가동[New & Good]
설·추석 준비, 1년 꽉 채워 보내
신상품 스팸 골드바, 품절 대란
"선물세트 곳간, 텅텅 빌 때 뿌듯"

이용호 CJ제일제당 진천공장 선물 세트팀 부장은 8월 중순 한정판 '스팸 골드바' 제작에 들어가면서 긴장했다. 선물 세트 만드는 업무만 15년, 베테랑인 그에게도 스팸 골드바는 고난도 작업이었다. 이 부장과 직원들은 보석 감정사가 쓸 법한 부드러운 장갑을 끼고 금빛 포장지로 스팸을 일일이 쌌다. 진짜 골드바처럼 지문이 남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선물 세트가 각 조립 단계를 거치면서 이동하는 컨베이어 벨트는 다른 때보다 속도를 늦췄다. 상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골드바 포장이 찢어지거나 긁힐 수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은 나흘 동안 집중 생산한 스팸 골드바 선물 세트 1,000개를 8월 27일 가장 먼저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크림에 내놓았다.
20, 30대가 주로 찾는 크림에서 스팸 골드바가 모두 팔리기까진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물론 70만 원 상당의 순금 1돈을 받을 수 있는 '골든 티켓'을 무작위로 20개 세트에 넣은 게 한몫했다. 그렇더라도 젊은 세대가 추석 선물 세트 주요 고객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뜨거운 반응이었다. CJ제일제당은 기세를 몰아 자사몰 CJ더마켓과 이마트에서 스팸 골드바 판매를 이어간다.
10일 스팸 골드바 등 CJ제일제당의 선물 세트를 생산하는 충북 진천공장을 찾았다. 수동·자동 두 개 조립 라인에 선 직원 수십 명은 연신 손을 움직였다. 수동 라인에선 직원들이 피자 박스 접듯이 만든 선물 세트 상자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넣고 그 위에 참기름 3개를 담았다. '고소한 참기름 1호' 선물 세트였다.
바로 옆 자동 라인은 다른 선물 세트 '특별한 선택 K호'를 생산 중이었다. 기계가 접은 상자가 넘어오자 직원들은 120그램(g)짜리 스팸 6개, 올리고당 2개, 카놀라유 1개, 튀김유 1개를 넣었다. 340g 스팸 등을 담을 땐 로봇 팔이 옮긴다고 한다.
조립공장 둔 이유, 추석만 800만 개

공장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작업은 선물 구성품이 하나라도 빠져 있는지 따져 보는 검수다. 두 라인 모두 인공지능(AI)으로 학습한 기계 '비전'을 두고 구성품이 잘못 담긴 상자를 골라낸다. 선물 세트 속 스팸 하나를 거꾸로 넣었더니 비전에 걸려 컨베이어 벨트 밖으로 밀려났다. 마지막엔 선물 세트 여러 개가 들어있는 박스 중량을 잰 뒤 기준에 못 미치면 뺀다. 자동 라인은 선물 세트 1개 무게만 측정하는 검사를 추가로 한다.
CJ제일제당이 협력 업체와 함께 운영 중인 진천공장은 선물 세트를 조립만 하는 시설이다. 스팸, 기름, 올리고당, 참기름, 설탕, 소금 등 CJ제일제당 제품이 전국 각지의 공장에서 만들어져 이곳으로 모이면 선물 세트로 다시 태어난다.
선물 세트 조립 공장이 따로 필요할지 의문이 들었다가 그 규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CJ제일제당은 다양한 먹거리 상품을 여러 조합으로 구성한 선물 세트를 이번 추석에만 800만 개 만든다. 국민 6명 중 1명이 CJ제일제당 선물 세트를 즐기는 셈이다. 설까지 포함하면 연간 1,500만 개를 명절용으로 만든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스팸 묶음 세트 등 명절과 관계없는 기획 상품 조립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명절 선물 세트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공장의 1년은 설, 추석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번 추석만 보면 3월에 선물 세트 몫으로 필요한 물량을 각 공장에 발주하고 연휴 다섯 달 전인 5월 조립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공장을 가동해야 추석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소비 기한이 3년으로 긴 스팸 선물 세트를 먼저 조립하고 김처럼 구매 후 빨리 먹어야 하는 먹거리 세트는 나중에 만든다. 추석이 끝나고 반품 물량을 처리한 뒤 쉴 틈 없이 설 선물 세트 제작에 나선다. 설을 보내면 다시 추석 준비다. 이 부장은 "선물 세트 조립을 시작하는 4, 5개월 전부터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면서 "선물 세트로 가득 채운 곳간이 스팸 골드바처럼 잘 팔려 텅텅 비었을 때 가장 뿌듯하다"며 웃었다.
5월부터 만들어야 추석 물량 소화

CJ제일제당이 이번 추석을 맞아 판매하는 선물 세트 종류는 186종이다. 선물 세트의 중심은 스팸으로 연간 판매량 중 60%가 명절에 몰린다. CJ제일제당은 스팸, 기름 등 꾸준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와 함께 소비자 경향 등을 눈여겨보고 매년 선물 세트 신상품을 띄운다. 올해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스팸 골드바 외에 인기 캐릭터 벨리곰, 네이버 해피빈과 협업한 스팸 선물 세트를 내놓았다.
식품 명인들의 제품을 담은 선물 세트 브랜드 '제일명인'도 제품군을 넓혔다.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안성재 셰프가 사용해 유명해진 프리미엄 장류 브랜드 무량수와 함께 고추장·간장·된장 전통장 세트, 한과 명인의 비법으로 만든 제일명인 개성약과를 선보인다. 제일명인 예천 참기름, 세라믹 전문 브랜드 오덴세의 소스볼이 들어있는 선물 세트도 있다.
CJ제일제당은 또 새로운 선물 세트 브랜드 '르 구떼'를 출시했다. 구떼는 프랑스어로 미식이란 뜻으로 해외 각지의 미식 경험을 전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탈리아의 갈란티노, 스페인의 노블레자 델 수르 등 프리미엄 올리브유 브랜드 제품을 갖췄다.
건강 선물 세트 '한뿌리'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힙트레디션'을 반영해 브랜드를 새단장했다. 흑삼과 부원료 3종을 배합한 흑삼 윤옥고 스틱, 침향과 녹용 등을 쓴맛 없이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환 형태 제품 흑삼단 침향환을 새로 내놓았다.
심형진 CJ제일제당 선물 세트 마케팅 담당자는 "선물 세트 트렌드가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하는 추세에 맞춰 소비자 선택권을 크게 늘렸다"며 "이번 추석에 명절 선물 세트로 소중한 마음을 전달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천=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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