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철회’를 예산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경제성’뿐 아니라 ‘위험성’도 심각…거대 양당의 ‘표사니즘’, 선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반복
이재명 정부 내년 예산안에도 6890억 책정…지역민에게 유용한 지출로 그 예산 돌려야
(시사저널=김성식 전 국회의원)
곧 예산 시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부산 가덕도신공항 철회를 예산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지 않겠다면 '지출 구조조정'에 대해 입도 떼지 말아야 한다. '사람 우선'이라는 말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는 외국의 해상 공항들과 달리 내해 혹은 만(灣) 안쪽에 위치해 있지 않다. 외해에 입지해 북태평양의 거센 파도와 태풍의 길에 정면으로 노출돼 있다.
일찍이 가덕도 바다의 파도에 국가의 운명이 흔들린 때가 있었다. 임진왜란 때 원균이 지휘해 조선 수군이 거의 전멸했던 칠천량 참사는 잘 알려진 역사다. 당시 원균은 왜군과의 해전에서 대패한 게 아니다. 왜군의 유인책에 걸려 부산과 가덕도 앞바다의 거센 바람과 파도에 시달리다 전투 불능 상태에 빠져 스스로 패망의 길을 걸었다. 가덕도에는 파도와 해일을 막아줄 지형이 없다. 그렇게 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로 빠져들었다. 가덕도 앞바다는 그런 역사를 품고 있고, 높은 파도와 해일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렇게 안전에 불리한 해상 공항은 없었다"
2006년부터 가덕도는 동남권 신공항 대상 부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되며 다시 인구에 회자됐다. 그 이후의 과정은 정쟁과 지역 갈등으로 들끓었다. 마침내 2016년 6월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한 평가 결과에 따라 김해공항 확장 증설로 결론이 났다. 사업비는 애초 4조7000억원, 기본계획에선 약 6조원으로 추산됐다. 2017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3개의 대안 중 꼴찌로 '폐기'됐던 가덕도신공항 카드는 선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했다. 특히 오거돈 부산시장(민주당)이 2020년 4월 성추행 사건으로 조기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예정되자 당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다시 그 카드를 꺼냈다. 총리실 산하에 설치했던 김해공항검증위원회는 2020년 11월 검토론을 내놓으며 4년 전(2016년)의 확정안을 뒤집었다. 그리고 2021년 2월26일(보궐선거 한 달 반 전) 국회에서 계속 싸우던 거대 양당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찰떡 공조로 통과시켰다.
"가덕도신공항처럼 안전 운항에 불리한 해상 공항은 유례가 없다." 개인의 주장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 2월 특별법 통과 전에 국회에 제출한 문서(해외 주요 해상 매립공항 현황)의 핵심 내용이다. 문서에는 외해 입지와 파도 및 조류의 큰 영향, 깊은 수심과 연약한 지반, 절개지(섬)와 매립지(바다)에 걸친 활주로의 '부등침하'(구조물의 기초지반이 여러 지점에서 서로 다르게 가라앉는 현상), 해일을 커버할 해수면 40m 높이의 활주로가 가져올 착륙 시의 '언더슛'(undershoot·미착) 위험 등 각종 경고로 가득하다. 당시 대통령과 여야는 이 보고서를 깔아뭉갰다. 과거 국토부의 사전타당성조사(2016년)와 국토연구원 보고서 등도 거의 같은 위험과 완공 후 보수 소요 및 공항 운영의 안정성 확보 어려움 등을 반복 지적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특별법 통과 하루 전날 가덕도 방문 이벤트를 갖고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중대 잘못으로 보궐선거 사유를 만든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 96조를 바꾸면서까지 보궐선거에 참전했으나 가덕도신공항 카드가 무색해질 만큼 큰 차이로 심판 당했다.
수십조원이 들어갈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특별법은 표심을 얻기 위해 재정 원칙을 허문 대표 사례로 낙인찍혔다. 이후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가덕도신공항은 스스로 부추긴 지역 민심에 포획되는 자기 족쇄가 됐고, 정권을 잡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한술 더 떠 2029년까지 완공 시기를 앞당기라고 밀어붙였다.
입지가 위험하니 공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공사는 올해 5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손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공항 부지 조성 공사 단계에서 좌초했다. 전문가들은 공사의 난이와 안전, 기간, 사후 보수 등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로 파악했다. 이전에도 4차례나 입찰이 유찰됐으니 업계도 공사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혈세가 얼마나 들어갈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항 완공까지 애초 부산시는 7조원이면 된다고 했지만, 현 계획에는 13조원으로 늘어나 있다. 그 계획에 따르면, 가덕도에는 3500m 활주로 1개가 건설되는데 국제선만 운영하고 국내선은 김해공항을 이용하게 한다. 신공항의 운영 성패에 이미 짙은 안개가 끼어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앞의 보고서에서 가덕도신공항은 활주로 2개에 28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추산한 바 있다. 가덕도신공항에 들어갈 예산은 건설 과정에서의 설계 변경과 공사비 인상 소지, 엄청난 완공 후 기반 시설 관리 및 보수 비용, 교통 연계 인프라 확장 예산 등을 감안할 때 현 예산보다 훨씬 많은 혈세를 투입해야 할 것이다.
어마어마한 혈세를 왜 위험성도 경제성도 심각하게 문제가 될 가덕도신공항에 써야 하나. 그 돈을 서민과 청년을 위한 복지제도 확충 및 인적 역량 강화 사업, 그리고 그 지역민을 위한 다른 유용한 인프라 및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돌리는 게 예산 바로 쓰기의 길이자 민생 회복의 길이 아닌가. 수십조원이 될 수도 있는 신공항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재정 원칙을 망가뜨려 놓고도, 향후 예산 지출 항목마다 낭비가 없도록 꼼꼼하게 살펴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가.

가덕도신공항, 이재명 정부의 예산 개혁 리트머스 시험지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2026년도 예산안에도 가덕도신공항 예산이 무려 6890억원이나 책정돼 있다. 올해 관련 예산이 대부분 불용되고, 현재 부지 조성 공사업체 선정이 난항임에도 말이다. 심지어 업체가 정해지면 예산을 더 늘리겠다고 한다. 예산안을 발표하며 27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는데, 진정성도 치열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와 집권여당의 예산 개혁 리트머스 시험지는 바로 가덕도신공항이다. 그 철회를 위해 지난 과정에 대한 사과와 투명한 공론화를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 추운 겨울에 민주 헌정을 지켜낸 국민이 있었기에 이재명 정부도 있다. 사람을 우선한다고 말하려면, 당연히 중점 예산과 지출 구조조정에서도 윤석열 정부와 달라야 한다.
내 고향은 부산이다. 이 글을 보고 화를 내는 분도 많겠지만, 부산을 위하는 길이라는 심정으로 이 글을 썼다. 칠천량과 가덕도를 몇 차례 가봤는데, 그때마다 우리에겐 어리석음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무겁게 남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쉽지 않은 결단을 주문한 셈인데, 정치권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수 있고, 내게 돌팔매가 날아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치사에 획을 긋는 좋은 정부가 되려면 '표사니즘'을 극복하고 예산을 올바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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