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을 수의대 해부실습에 쓰겠다고요? [고은경의 반려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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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진은 수의대생 저학년과 고학년을 대상으로 해부 실습 사체(카데바)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다.
대상은 보호소 출신의 건강한 유기견과 은퇴한 경주용 그레이하운드를 안락사시킨 사체와 보호자로부터 기증받은 사체였다.
미국, 캐나다 등 수의대는 보호자로부터 반려동물 사체를 기증받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모형, 컴퓨터 프로그램, 합법적으로 확보한 농장동물의 부산물 등 대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체법을 모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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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진은 수의대생 저학년과 고학년을 대상으로 해부 실습 사체(카데바)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다. 대상은 보호소 출신의 건강한 유기견과 은퇴한 경주용 그레이하운드를 안락사시킨 사체와 보호자로부터 기증받은 사체였다. 그 결과 고학년은 유기견과 은퇴견을, 저학년은 기증받은 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학생들이 건강한 동물의 안락사를 더 쉽게 받아들이며, 도덕적 민감성이 낮아지고 죽음에 무뎌지며, 건강한 동물 사체가 더 나은 학습 경험을 준다고 믿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해부 실습을 할수록 학생들이 사체 사용에 둔감해진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학생들과 동물 사용에 대해 교육 초기부터 솔직하게 논의하고, 동물 대체재 사용을 고려해야 하며, 동물 윤리에 대해 사고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수의대 교육을 위한 동물 사체 확보의 윤리적 방안을 놓고 오래전부터 최근까지 활발하게 논의돼 왔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917000003145)

올해 2월 국제 학술지 'BMC 수의학 연구'에 발표된 '수의학 교육을 위한 동물 사체의 윤리적 확보' 논문은 보호소 개나 보호자 없는 길고양이 등이 처한 상황이 그 사체를 수의학 교육을 위해 확보해도 된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들이 다른 동물들보다 더 취약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이 도덕적 의무를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미국, 캐나다 등 수의대는 보호자로부터 반려동물 사체를 기증받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모형, 컴퓨터 프로그램, 합법적으로 확보한 농장동물의 부산물 등 대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체법을 모색해왔다.
반면 국내는 거꾸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수의계를 중심으로 유기동물 사체를 카데바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대한수의사회는 "국내 수의대 실습 교육을 위해 사체를 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며 찬성했다.

유기동물 보호소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유기동물 사체 활용만 허용해달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가 유기동물을 치료 뒤 입양 보낸다고 데려간 뒤 안락사시킨 후 카데바에 동원한 사례(본보 9월 8일), 실험 비글을 방치하고 유기동물 보호소에 한 달간 맡긴 사례(본보 9월 10일) 등은 유기동물과 실험동물 관리가 허술한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1015330001352)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714100001801)
무엇보다 '치료 명분'을 내세워 어차피 안락사되는 유기동물은 '갖다 써도 된다'는 수의계의 발상 자체가 우려스럽다. 이는 실험동물 수 증가로 이어져 동물실험의 3R(대체·감소·개선) 원칙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유기동물을 활용할 궁리보다 동물실험을 어떻게 줄이고, 대체시험을 활성화할지부터 고민하는 게 먼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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