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시행 후 최악의 참사’ 아리셀 화재 첫 법원 판단은?
법은 그들에게 어떤 벌을 내릴까… 23일 아리셀 참사 첫 선고
檢,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 징역 20년
박중언 본부장은 징역 15년 구형

지난 7월 수원지법 형사14부는 아리셀 참사 최종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 아들 박중언 아리셀총괄본부장에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박 대표는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지는 등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받고 박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숨진 피해자 대부분이 불법 이주 노동자로, 파견 근로자를 사각지대에 방치해 박 대표 등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안전관리보다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이익 최대화에 몰두해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웠다는게 검찰의 구형 사유였다. 특히 아들이 박 본부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강조했다.
쟁점 “경영 책임자는 아버지인가 아들인가”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은 공판 과정에서 실제 경영 책임자가 박 대표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중처법 상 안전관리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규명돼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지난해 9월 박순관 대표를 기소한 검찰은 올해 1월 개시된 재판에서 박 대표를 실질적 경영 책임자로 지목하고 그가 안전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처법 위반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아리셀 정관상 주주총회는 대표이사가 소집하도록 되어 있고 주총 의장도 대표이사가 맡기 때문에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이며 아리셀의 재무제표상 박 대표가 운영하는 에스코넥에 아리셀이 종속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아리셀이 금융회사에 수 차례 차입하며 박 대표가 연대보증을 선 것도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 대표 측은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박 대표는 줄곧 대출의 수월성을 위해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뿐이며 생산, 영업 등의 실제 대표이사 직무는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본부장 역시 재판 중 “(박 대표가 아리셀을)방문해도 커피를 마시며 전반적인 영업 현황을 이야기하는 정도이고 임원들을 격려하는 수준”이라며 박 대표가 ‘바지사장’이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본부장의 발언대로라면 박 본부장이 경영책임자가 되는 셈인데, 이 경우 검찰이 경영책임자로 박 대표를 지목한 공소요지 자체가 틀린 것이 된다. 게다가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한 중처법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부정효과도 있다.
“엄중한 처벌이 정의”라는 아리셀 유족

지난 7월 구형이 이뤄진 결심공판에서 아리셀 참사로 아내 강순복씨와 처제 강금복씨를 잃은 허헌우(52)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모님도 두 딸을 잃은 후 매일 슬픔 속에서 지내시다가 지난달 돌아가셨다. 박순관은 재판 내내 ‘아리셀 대표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유족들에게 진실한 사과 한마디 없는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해 달라”
결심 공판에서 판사에게 엄벌을 촉구한 또 다른 유족도 “아무 죄 없는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책임자들은 진심 어린 사과조차 안 한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억울하게 희생한 피해자들을 위해 엄중한 처벌이 꼭 필요하다. 이것이 정의”라고 강조했다.

아리셀 참사는 안전보건 의무를 진 경영자에게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중처법의 실효를 증명할 리트머스 시험지다. 특히 경영책임자를 두고 벌인 검찰과 피고의 공방은 중처법의 무력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검찰은 박 대표와 박 본부장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에게 각 징역 3년, 금고 1년 6월~3년, 벌금 1천만원을 구형했고 회사법인 아리셀에 벌금 8억원을, 인력공급 등의 연루 업체인 한신다이아, 메이셀, 강산산업건설에도 벌금 1천만~3천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이 사건의 선고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이뤄진다.
/신지영·목은수 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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