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시행 후 최악의 참사’ 아리셀 화재 첫 법원 판단은?

신지영 2025. 9. 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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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그들에게 어떤 벌을 내릴까… 23일 아리셀 참사 첫 선고

檢,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 징역 20년
박중언 본부장은 징역 15년 구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 사고로 불리는 ‘아리셀 참사’의 박순관 아리셀 대표 선고공판이 오는 23일로 다가왔다. 중처법의 핵심은 사업장 사고 발생 시 경영진이 인명 피해를 피하기 위해 얼마만큼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했느냐 하는 것인데, 아리셀 측은 실제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 소재를 회피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이 첨예했던만큼, 참사 1년 3개월 만에 내려지는 법원의 첫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월 수원지법 형사14부는 아리셀 참사 최종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 아들 박중언 아리셀총괄본부장에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박 대표는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지는 등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받고 박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숨진 피해자 대부분이 불법 이주 노동자로, 파견 근로자를 사각지대에 방치해 박 대표 등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안전관리보다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이익 최대화에 몰두해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웠다는게 검찰의 구형 사유였다. 특히 아들이 박 본부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강조했다.

쟁점 “경영 책임자는 아버지인가 아들인가”

사진은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은 공판 과정에서 실제 경영 책임자가 박 대표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중처법 상 안전관리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규명돼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지난해 9월 박순관 대표를 기소한 검찰은 올해 1월 개시된 재판에서 박 대표를 실질적 경영 책임자로 지목하고 그가 안전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처법 위반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아리셀 정관상 주주총회는 대표이사가 소집하도록 되어 있고 주총 의장도 대표이사가 맡기 때문에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이며 아리셀의 재무제표상 박 대표가 운영하는 에스코넥에 아리셀이 종속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아리셀이 금융회사에 수 차례 차입하며 박 대표가 연대보증을 선 것도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화재 사고가 발생한 화성시 아리셀 공장 모습. 2025.6.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반면 박 대표 측은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박 대표는 줄곧 대출의 수월성을 위해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뿐이며 생산, 영업 등의 실제 대표이사 직무는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본부장 역시 재판 중 “(박 대표가 아리셀을)방문해도 커피를 마시며 전반적인 영업 현황을 이야기하는 정도이고 임원들을 격려하는 수준”이라며 박 대표가 ‘바지사장’이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본부장의 발언대로라면 박 본부장이 경영책임자가 되는 셈인데, 이 경우 검찰이 경영책임자로 박 대표를 지목한 공소요지 자체가 틀린 것이 된다. 게다가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한 중처법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부정효과도 있다.

“엄중한 처벌이 정의”라는 아리셀 유족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가 23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1주기 기자회견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5.6.2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난 7월 구형이 이뤄진 결심공판에서 아리셀 참사로 아내 강순복씨와 처제 강금복씨를 잃은 허헌우(52)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모님도 두 딸을 잃은 후 매일 슬픔 속에서 지내시다가 지난달 돌아가셨다. 박순관은 재판 내내 ‘아리셀 대표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유족들에게 진실한 사과 한마디 없는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해 달라”

결심 공판에서 판사에게 엄벌을 촉구한 또 다른 유족도 “아무 죄 없는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책임자들은 진심 어린 사과조차 안 한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억울하게 희생한 피해자들을 위해 엄중한 처벌이 꼭 필요하다. 이것이 정의”라고 강조했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에 대한 형사 1심 최종변론일인 23일 오후 수원지방법원에서 유가족들과 관계자들이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2025.7.2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아리셀 참사는 안전보건 의무를 진 경영자에게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중처법의 실효를 증명할 리트머스 시험지다. 특히 경영책임자를 두고 벌인 검찰과 피고의 공방은 중처법의 무력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검찰은 박 대표와 박 본부장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에게 각 징역 3년, 금고 1년 6월~3년, 벌금 1천만원을 구형했고 회사법인 아리셀에 벌금 8억원을, 인력공급 등의 연루 업체인 한신다이아, 메이셀, 강산산업건설에도 벌금 1천만~3천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이 사건의 선고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이뤄진다.

/신지영·목은수 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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