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 ‘열일’ 중인 박정민, 대박 소식 전했다!
BIFF의 시민들 추천작 '사바하’로 토크쇼 참여
노개런티로 출연한 영화 ‘얼굴’ 박스 오피스 1위
“메시지, 배우 연기합, 연출까지 놀라운 작품”
개봉 9일만에 50만 돌파, 좋은 영화의 힘 증명



재충전을 위해 2025년은 안식년으로 쉬겠다고 지난해 일찌감치 공표한 박정민. 실제로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생 때 촬영한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후 14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박정민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영화 42편, 방송 14편, 출간 도서 4권, 공연(연극) 5편, 오디오북 수십 편이 나온다. 거기에 2년 동안 책방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고, 2019년 시작한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서 직접 기획과 작가 섭외, 제작과 홍보, 발주와 주문 정리까지 직접 뛰어왔다. (무제는 일이 많아지며 올해 한 명의 직원을 고용했고, 며칠 전 디자이너 한 명을 더 영입해 현재는 박 대표까지 3인 출판사가 됐다).
이 정도로 ‘열일’했다면, 박정민은 안식년, 재충전을 충분히 누려야 한다 싶었다. 그런데 어찌 올해 더 바빠 보였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에 1인 2역 주인공으로 참여했고, 초저예산으로 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출연료를 아예 받지 않았다. 오히려 자비로 교통비를 써가며 촬영장을 다녀야 했다.
“너무 좋은 영화라는 걸 알고 있기에 꼭 영화로 잘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연 감독이 직접 그린 책이 원작이고, 전 이미 원작의 팬이었어요. 예산이 적어 13회차, 3주 만에 촬영을 끝냈는데 덕분에 감독, 배우, 스태프 모두 초집중했죠. 보통 장편영화가 2~3개월을 기본으로 잡는 것에 비하면 말이안되는 속도였어요.”
평균 영화 한 편에 50억 원을 잡는 걸 고려하면, 총예산 2억 원으로 완성된 영화 ‘얼굴’은 한국 영화계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이자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길이기도 했다. 다행히 개봉과 동시에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을 21일 만에 정상에서 끌어내렸다.
“영화 ‘얼굴’은 우선 메시지가 굉장히 강하고 배우들의 합도 정말 잘 맞았어요. 대학 시절 우리끼리 영화를 찍던 느낌처럼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각본과 연출, 배우의 연기까지 삼박자가 맞았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 더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박정민 개인의 근황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자 만났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영화 ‘얼굴’로 연결됐다. 영화 '얼굴'은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아버지와 아들이 40년 전 실종된 어머니의 흔적을 쫓는 이야기다. 보지 못하는 이가 아름다움을 새기고, 보지 못한 어머니의 얼굴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영화는 한국 사회가 무엇을 밟고 성장했는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어떤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연기 맛집으로 유명한 박정민이지만, 이 영화에선 그야말로 박정민의 연기 차력 쇼를 보는 것 같다. 영화 ‘전, 란’으로 올해 ‘2025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지만, 현장에선 내년에 영화 '얼굴'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러 또 올 것 같다는 예측이 미리 나올 정도였다.
“제 연기보다 영화가 더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남우주연상보다 최우수작품상을 받고 싶어요. 진심입니다. ‘얼굴’은 생각할 거리를 정말 많이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영화 본 사람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얼굴’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박정민은 올해 12월 8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세계 무대를 뒤흔든 대형 작품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국 초연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오리지널 작품의 외국 감독과 제작진이 지명도와 상관없이 오디션을 진행했고 치열한 경쟁 끝에 박정민이 선정됐다.
“8년 전 연극 공연을 하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생기지 않아 힘들었어요. 무대공포증이 생길 정도였죠. 이후 많은 경험을 쌓고 이제는 다시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영화, 연극으로 만들어지기 전 책으로 나왔을 때 이미 반했거든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무제 역시 순항 중이다. 올해 무제가 출간한 김금희 작가의 장편 ‘첫 여름 완주’가 베스트셀러로 올랐고, 곧 출간 예정인 신작 역시 책이 나오기도 전에 입소문이 나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배우 조인성 씨가 자기가 아는 시나리오 작가가 글을 썼는데 우리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어 한다고 소개를 해 주더라고요. 여력이 없어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원고는 보고 거절을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죠. 원고를 받았는데 순식간에 몰입돼 다 읽었어요. 이건 놓치면 안될 것 같아 덥석 잡았습니다.”
BIFF에서도 시민들이 직접 영화를 추천하는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램 중 올해 메인 행사에 박정민의 영화 ‘사바하’가 선정돼 토크쇼에 참석하는 등 부산에서도 여전히 ‘열일’ 중인 박정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기사는 쓰는 중 영화 ‘얼굴’이 개봉 9일 만에 관객 5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작사는 “오랜만에 어마무시한 한국영화를 봤다”라는 말로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고품격, 초저예산영화 ‘얼굴’이 만들어 낼 기록들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