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15.21달러… 팁, 美쳤네 [세계는 지금]
사실상 반강제적
인플레로 4년간 22.35%나 급등
미국인 10명 중 4명 “통제 불능”
태블릿 디지털 결제 일반화 속
‘싫어도 함께 지불’ 문화 정착도
식당 종사자엔 생계 문제
팁 요구하는 업종 자체도 늘어나
“당연한 청구 아냐” 저항감 확산
팁으로 최저임금 충당하게 하는
요식업계 ‘팁크레디트’까지 도마

◆커지는 부담감, 커지는 팁에 대한 반감
팁에 대한 미국인의 반감은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금융기업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지난 4월 여론조사전문기관 유고브가 성인 22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 63%에 달하는 미국인이 팁 문화에 대해 적어도 1개 이상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인 59%에 비해 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심지어 “미국의 팁 문화가 통제 불능 상황에 이르렀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1%에 달했다. 역시 전년도의 35%에 비해 6%포인트나 증가해 팁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을 뚜렷이 보여줬다.

팁을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청구서에 적용하는 문화도 생겼다. 태블릿 등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일반화하면서 미리 설정된 일정 비율의 팁을 함께 결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규모 주문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 차원의 식사 등에서는 계산서에 팁이 자동 포함되지 않아 원하는 액수의 팁 지불이 원칙적으로 가능했지만, 바뀐 시스템에서는 소비자는 사실상 팁을 음식값의 일부로 느끼며 지불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저항에 나섰다. 특히, 외부의 눈을 의식해 원치 않는 과도한 액수의 팁을 지불하는 것을 거부하는 흐름이 본격 포착되는 중이다. 미국 폭스비즈니스는 20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인용해 올해 들어 소비자들이 ‘죄책감 팁(guilt tipping)’에 지출하는 금액이 전년 대비 38%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죄책감 팁’은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이 아닌 심리적 불편함이나 사회적 압박감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내는 팁으로 1년 전만 해도 연지출이 450달러(약 62만원)를 넘었으나 올해 들어 283달러(약 39만원)로 대폭 낮아졌다. 해당 연구에서 응답자들은 평균 월 4.2회 죄책감으로 팁을 낸다고 인정했는데, 이는 1년 전 조사결과인 월 6.3회보다 감소한 수치다.

소비자의 저항은 미국 팁 문화를 만든 노동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인들이 팁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죄책감 팁까지 지불한 핵심 요인은 자신들이 지급한 팁이 식당 종업원들의 생계와 직결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요식업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의 임금이 팁에 의해 충당되는 탓이다. 이는 미국 요식업계의 독특한 임금 제도인 ‘팁 크레디트’의 존재에 기인했다. 팁 크레디트는 고용주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만 지급하고, 나머지 임금은 노동자가 팁을 받아 충당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텍사스주의 경우 시간당 30달러(약 4만원) 이상의 팁을 받는 노동자들에 대해 고용주는 연방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 대신 2.13달러만을 지급해도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팁과 합쳤을 때 근로자의 시급이 최저임금 이하일 경우 업주가 차액을 보상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장치가 존재하긴 하지만 근로자의 소득 안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팁에 의존하는 요식업 노동자들의 불안한 소득 안정성은 지난해 미 대선 레이스에서 주요한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유권자가 많은 경합주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전국적으로 70만명의 홀어머니가 자녀를 기르기 위해 팁 수입에 의존한다”며 팁에 대한 면세를 약속했다. 이는 실제 법안 제정으로 연결돼 지난 5월 연 최대 2만5000달러(약 3440만원)까지의 팁 소득에 대해 면세하는 내용의 법안이 연방 상원에서 가결됐다.
그러나 이제는 팁 면세 대신 업주가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좌초됐던 팁 크레디트 폐지 움직임에도 다시 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지난 5일에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가 팁 제도에 대한 이견으로 미국 최대 외식업 이익단체인 ‘전미레스토랑협회(NRA)’를 탈퇴하기도 했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켐프친스키는 미국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팁 문화와 관련해 “현재 불공정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계층 근로자가 연방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맥도날드의 행보는 팁 지불 관행이 일반식당 대비 덜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특성을 이용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일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팁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 흐름이어서 미 경제계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팁 크레디트 제도 폐지 여론에 NRA는 강경한 반대 입장이다. NRA는 “수입 극대화, 충분한 인력 고용, 저렴한 음식 가격을 위해서라도 팁은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이 단체는 “팁을 받는 직원의 시간당 임금은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27달러”라면서 팁 덕분에 많은 음식점 직원이 최저임금을 훨씬 웃도는 급여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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