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하청노조 천막 철거에 “불리한 차별적 처우”
안전상 우려와 불법점거 확산 이유로 들었지만
인권위 “수인 의무 달리 적용했다”
정당한 쟁의 행위인데도 하청노조라는 이유로 농성 천막을 강제로 철거할 수 있을까.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는 부당한 차별이란 판단을 내놨다.

이 회사 하청노조 조합원 20명은 지난해 단체교섭 타결을 촉구하며 회사 내에 농성을 위한 천막 설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회사가 직원 약 100명을 동원해 천막 설치를 저지하고 이미 설치한 천막을 파손하는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철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측은 하청노조가 반입한 천막 자재가 사전에 허가받은 물품이 아니고, 장비 이동 통로에 천막을 설치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소명했다. 또 상시 이용이 가능한 천막이 설치되면 생산시설 불법점거로 확산할 우려가 있어 시설관리 차원에서 설치를 제지한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판단은 달랐다. 하청노조의 총궐기대회와 파업은 사전에 파업권을 확보한 정당한 쟁의행위였고, 천막 설치 장소도 출입 허가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인데 즉각적인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또 허가받지 않은 천막의 반입으로 보안이나 안전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점도 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로 들었다.
인권위는 하청노조가 직영노조와 본질적으로 비슷한 방식으로 쟁의행위를 했지만 헌법상 타인이나 국가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때 그러한 행위에 대해 받아들이고 인내해야 한다는 ‘수인 의무’를 합리적 이유 없이 달리 적용해 회사의 천막 설치 제지가 불리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농성 천막이 지난해 12월 결국 설치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만큼 별도 구제 조치 없이 진정을 기각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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