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투식량…한국인 대표 '밥 반찬' 되다[K장수템]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맥주 등 매년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수많은 제품들이 탄생한다. 하지만 짧게 빛나고 사라지는 제품들이 대다수다. 장수 브랜드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 넘게 한국인들의 일상에 녹아든 제품들이다. 국민과 함께 울고 웃으며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한 장수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한국전쟁 때 미군을 통해 들어온 ‘스팸’은 찌개, 쌀밥과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한국의 식문화 속에 자리 잡았다.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광고 카피만 들어도,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짭조름하고 고소한 ‘스팸’의 맛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육가공업체 호멜이 1937년 출시한 스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전투식량으로 채택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쟁인 1950년 미군을 통해 처음 스팸을 접했다.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당시, 스팸은 부유층이나 미군부대와 연줄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스팸이 대중화된 것은 CJ제일제당이 1986년 호멜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1987년 스팸 생산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스팸이 출시되기 전인 1980년대 중반 국내 캔 제품 시장은 제일제당의 ‘런천미트’와 ‘치즈햄’, 롯데햄·롯데우유의 ‘로스팜’과 ‘장조림햄’의 4개 제품이 전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이었다. 제일제당은 사각 캔햄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유지되는 것을 보고 성장 가능성을 예측했다.
스팸은 출시 첫해에만 500톤(t)이 팔렸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비슷한 제품인 ‘런천미트’ ‘로스팜’ 등을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일반 캔 햄 제품에 비해 고가이기는 했지만 밥 반찬으로 제격이었으며 휴대와 사용이 간편하고 보존 기간이 길어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2002년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문구를 쓰며 스팸이 밥 반찬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식생활에 간편화,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육류 소비량이 급증한 점도 한 몫 했다.
프리미엄 캔햄으로 자리잡은 스팸은 1990년대부터 명절 시즌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고급스러운 선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급성장과 맞물려 실용 선물세트를 마트에서 사는 것이 보편화되면서다. 스팸은 식용유, 참기름 등과 함께 대표 가공식품 선물세트로서 자리 잡았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인식이 더해진 스팸 선물세트는 성장세를 이어가 연 매출의 절반 이상이 선물세트 시즌에 발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팸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부터 50%를 넘어서며 독보적인 1위에 올라섰으며, 2025년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 22억 9000만개를 돌파했다.

주요 구매자인 30·40대에서 10·20대까지 소비층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맛 트렌드를 반영한 ‘스팸 리치치즈’, ‘스팸 핫&스파이시’ 등 신제품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또 10∼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책의 일러스트를 스팸 제품에 디자인한 한정판을 선보이고, SNS상에 Z세대의 관심을 이끄는 페이크 굿즈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 니즈도 적극 반영한다. CJ제일제당은 2020년에 저염 선호 트렌드에 맞춰 나트륨 함량을 100g당 510mg으로 낮춘 ‘스팸 25% 라이트’를 출시했다. 510mg은 캔햄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제품의 나트륨 평균보다 25% 이상 낮은 수치다. 최근 나트륨, 당 등 특정 성분을 줄인 ‘로우 푸드(Low Food)’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세분화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2023년에는 고단백·저칼로리 등 건강을 중시하는 이른바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스팸 닭가슴살’을 출시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제품 다변화에 맞춰 친숙해진 스팸이라는 브랜드의 외연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밥 반찬은 물론 ‘요리 재료’로도 소비자 일상 속에 자리잡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에는 캔이 아닌 형태에서도 스팸 맛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조리 편의성과 활용도를 높인 ‘아웃오브캔(Out-Of-Can)’ 카테고리에 주력하고 있다. 2009년 처음 선보인 파우치 형태의 스팸 싱글을 시작으로 동그란스팸, 스팸 후랑크 등 제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특히 지난해 6월 출시된 동그란스팸은 다양한 요리 아이디어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종 레시피들이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출시 1년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아웃오브캔’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하는 등 스팸의 꾸준한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오희나 (h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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