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금강산 만리화 귀환…“100년 전 그대로”
[앵커]
천하절경 금강산, 이곳의 100여 년 전 모습은 어땠을까요?
이 시기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이 땅의 생태와 지형을 카메라에 담은 외국인이 있었습니다.
네, 미국 하버드대 소속 식물학자, 영국인 어니스트 헨리 윌슨인데요.
그가 남긴 사진에는 금강산의 희귀식물과 사찰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 사진과 기록이 공개됐습니다.
전시에 맞춰 금강산에 자생했던 '만리화'도 국내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100여 년 전 한반도의 자연, 정미정 리포터와 함께 감상하시죠.
[리포트]
거대한 바위 능선을 따라 빽빽하게 수목이 우거졌습니다.
뾰족한 봉우리 일대에는 잣나무가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천하절경으로 불리는 금강산의 100여 년 전 모습입니다.
금강산은 북한에서도 명산으로 내세우는 곳인데요.
[조선중앙TV : "다양하고 웅장하며 수려하고도 기이한 천태만상의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자연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조선중앙TV : "유구한 역사와 문화, 또 가장 최고의 자연경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금강산에 있는 식물은 1,228종.
그중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식물들도 많습니다.
[임영석/국립수목원장 : "지금 만난 이 참나무는 졸참나무인데요. 졸참나무는 도토리 크기가 참나무 형제들 중에서 가장 작아요. 그래서 졸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고요. 금강산에서도 역시 졸참나무는 보실 수가 있습니다."]
금강산은 동해를 접한 채 두 개가 기후대가 만나는 곳이어서 다양한 식물을 품고 있는데요.
[임영석/국립수목원장 : "북한에서의 아한대성 기후와 남한에서의 온대성 기후가 만나는 곳입니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동해가 있어요. 여러 기온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식물들이 보여지는 곳이 바로 금강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식물 연구의 보고와 같은 장소라고 합니다.
[임영석/국립수목원장 : "일제 강점기 때도 여러 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를 하고 찾아갔었던 곳이 금강산이고요. 예부터 여러 식물학자들이 관심을 가진 곳이 금강산입니다."]
1917년부터 1년 동안 미국 하버드대 소속이었던 영국인 식물학자 윌슨이 금강산 등 한반도 곳곳을 탐사했는데, 그가 남긴 사진 기록 30여 점이 지금 국립수목원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이 국내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장계선/국립수목원 식물자원국제협력단 임업연구관 : "한반도는 미지의 세계였던 거죠. 그래서 한반도를 그 당시 있었던 철도를 따라서 제주도부터 위의 무산, 금강산까지 종단을 하면서 수집도 하고 연구도 하고 탐사도 했던 인물입니다."]
100여 년 전, 한반도의 식물들은 지금과 같은 모습일까요?
당시 한 영국인 학자가 금강산 등 전역을 돌아다니며 담아낸 사진들을 본다면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전시에선 금강산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의 자취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장계선/국립수목원 식물자원국제협력단 임업연구관 : "이 사진은 1918년도 7월 달에 촬영된 사진이고요. 금강산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금강인가목 자생지의 모습입니다."]
금강산 수모암 바위 아래에, 우리나라 육상 식물 중에 가장 큰 잎을 지닌 개병풍 군락이 보입니다.
현재는 2급 멸종위기종으로 희귀식물입니다.
금강산에서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인 금강인가목은 북한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진 속 우리 식물들은 소중한 연구자료가 되고 있는데요.
[장계선/국립수목원 식물자원국제협력단 임업연구관 : "여기는 아마도 만병초의 잎이 보이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저희가 아직 연구 중이기는 하지만 이 사진들을 가지고 이 사진 속에 있는 식물들을 알아내는 작업들도 진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맑은 물을 쏟아내는 금강산의 구룡폭포.
한국의 3대 폭포로도 꼽히는 절경은 100여 년 전 당시에도 결코 덜하지 않았습니다.
벼랑 위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세워져 유명한 보덕암.
흑백사진에서도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가을을 맞아 형형색색 단풍을 자랑하는 천혜의 절경도 여지없이 외국인의 렌즈에 담겼습니다.
["여기는 금강산 만물상이라고 하는 곳 중의 일부이고요. 이 바위의 이름이 귀면암입니다."]
식물학자 윌슨은 자필 수기에 금강산 탐사를 황홀한 경험으로 소회했습니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직접 눈으로 보아야만 그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는 금강산을 비롯해 한반도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식물탐사를 이어갔는데요.
제주도와 울릉도부터 평안도와 함경도까지, 자연과 문화가 담긴 사진들은 우리가 한 땅에서 뿌리내리며 살아왔던 한민족이란 사실을 다시금 일깨웁니다.
[박상목/관람객 : "북한에 있는 꽃이라든가 풀 이런 것들도 많이 보고 싶은데 지금은 우리나라가 갈라져 있어서 갈 길이 전혀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서 나무들이라도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식물들의 고향, 한반도로 돌아온 것은 사진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윌슨이 채집해 가져갔던 우리 식물 15점이 묘목 등의 형태로 전시와 함께 귀향한 건데요.
연구 자료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하네요.
회양목과 만리화, 미선나무 등 한 세기를 넘어 우리에게 돌아온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웠습니다.
이제 막 어린잎이 돋아난 15점의 식물 가운데 하나인, 금강산 만리화입니다.
[장현도/국립수목원 전시교육연구과 임업연구사 : "1917년도에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돼서 신종으로 발견된 식물입니다. 종 다양성이 매우 낮아서 희귀식물로 분류하고 있는 식물입니다."]
윌슨이 채집해 미국으로 가져가 번식시켰던 것들인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국립수목원에 기증됐습니다.
이 식물들은 분단으로 단절된 한반도 생태계를 연구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장현도/국립수목원 전시교육연구과 임업연구사 : "약 500종 정도가 남한엔 없고 북한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식물들에 대한 정보들을 저희가 이제 확보할 수가 있는 거죠."]
금강산 만리화 종자는 앞으로 우리나라 자생 식물들의 종자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종자은행에도 보관될 텐데요.
[정미진/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임업연구사 : "만리화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한반도 특산식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남쪽에서는 강원도에만 자생을 하고 있고요. 북쪽에서는 금강산에서 자생하고 있는데 필요한 경우에 이런 자원들을 같이 활용할 수 있고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기후와 지형들은 오늘도 우리 식물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미진/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임업연구사 : "작은 종자들은요. 결국에는 이런 식물에 대한 유전정보들을 갖고 있는 저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라든가 결국은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 회복을 위해서 필요한 자원들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 같은 윌슨의 소중한 기록은 하나의 자료집으로 엮였는데요.
사람과 달리, 한반도 식물들은 여전히 분계선 없이 맞닿아 있기에, 이렇게 우리 식물을 알아가는 것은 지금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경미/국립수목원 DMZ산림생물자원연구과 임업연구관 : "금강산이나 함경북도에 있는 생태계들도 다 남한에 있는 식물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 결과가 지금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식물을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학술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 한반도 전체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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