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경찰의 '반중 집회' 제한, 표현의 자유 침해다?

"정당한 목소리마저 중국의 눈치가 두려워 억압한다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입니다." (국민의힘 논평, 지난 15일)
경찰이 최근 '반중 집회'에 제한 조치를 내린 데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의 조치는 헌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정치적 탄압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반중 집회에 대해 "깽판을 쳐서 (관광객을) 모욕하고 내쫓는다"고 언급했습니다.
JTBC 팩트체크팀이 해당 주장의 근거를 따져봤습니다.
①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다?
반중 집회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단체인 '자유대학'과 '민초결사대' 등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땅에서 공산화 세력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6월부터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경찰이 반중 집회에 대해 처음 제한 통고를 내린 건 지난 12일입니다.

"신고한 경로가 아닌 다른 경로로 우회하라" 즉, 명동 안 골목으로 들어가지 말고, 큰 대로를 따라 진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대림역 등에서 열린 집회에도 같은 취지의 제한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는 특정 사항에 해당할 경우 관할경찰관서장이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울청 관계자는 JTBC에 "제5조1항을 근거로 주최 측에 제한 통고를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조항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경찰 측은 "공공의 안녕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은 물리적 충돌 우려뿐 아니라 개인의 재산 등 법익에 대한 침해도 포함한다"며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명동 골목에서 진행된 반중 집회에서는 "짱깨(중국인을 비하하는 말), 북괴.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고, 인근 상인단체와 이주민센터 등의 시위 제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최 측 등은 집시법을 근거로 경찰이 집회를 제한한 건 일반 법률에 앞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헌법 제21조 1항(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게 볼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 판례를 확인해 봤습니다.
과거 같은 집시법 조항(제5조1항)을 두고 위헌소원이 있었습니다.
청구인의 "경찰의 재량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참가자나 제3자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조항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2008헌바118).
따라서 경찰의 이번 제한 통고가 그 자체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② '오성홍기' 찢으면 안 된다?
지난 9일 명동에서 열린 반중 집회에서 벌어진 장면입니다.
"여러분들이 오성홍기(중국의 국기)를 찢는 행위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여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남대문 경찰서 측)
"미국 국기는 불태워도 되는데, 중국 깃발만 못 찢는다면 이 나라, 중국 식민지입니까?"
(집회 주최 측 '자유대학' 관계자)
소셜미디어에선 이 장면을 근거로 "경찰이 미국 성조기를 찢는 건 놔두고 중국 오성홍기를 찢는 것만 처벌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말, 전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 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성조기 현수막을 찢는 건 놔뒀다는 겁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성조기냐 오성홍기냐에 따른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현행법상 '외국국기ㆍ국장모독죄'(형법 제109조)에 개인이 보유한 국기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당일 집회 영상 전체를 훑어봤습니다.

집회 주최 측에서 준비한 오성홍기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총리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남대문 경찰서 관계자는 "만약 (피해자가) 수사 의뢰를 요청할 경우, 그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 경고 차원으로 안내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7년에는 집회 중 경영진의 사진에 신발을 던진 노조원에게 법원이 모욕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발해야 하고,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대상이 모두 정치인이기 때문에 고발 가능성은 작지만 필요한 안내였다는 겁니다.
다만 지난 7월 반중 집회에서 오성홍기를 훼손한 참가자는 실제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인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아닌 '외국사절 모욕'(형법 제108조) 혐의입니다.
이 혐의는 법률상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 원수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습니다.
7월 반중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찢은 오성홍기에는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사진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성조기는 찢어도 되고, 오성홍기는 안 된다"든가 '트럼프 사진은 찢어도 되고,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은 안 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지원 : 김보현 송하은〉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검증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jazzy-background-202.notion.site/JTBC-1659eb1c5fb380599e2debacf70a776a?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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