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취업문 더 좁아지나…트럼프, H-1B비자 수수료 1.4억원 추진(종합)
IT업계·韓 유학생·기업 ‘직격탄’ 불가피
“한국 인재 기회 확대될 수도” 엇갈린 전망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비자(H-1B) 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포고문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핵심은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올리는 것이다. 현재 수수료가 1000달러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00배 인상이다. H-1B 비자 발급을 어렵게 해 자국민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 관련 포고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조치에서 H-1B 비자 남용으로 미국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동부 장관에게 규칙 제정 절차를 통해 H-1B 프로그램의 통상임금 기준(prevailing wage)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할 방침이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해 임금 수준 전반을 떨어뜨리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이민 개혁 정책의 연장선이다. 특히 H-1B에 크게 의존하는 정보기술(IT)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시된 10만달러 수수료가 기존 수수료에 추가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포함한 총액인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재 신청자는 추첨 등록비 215달러와 고용주가 부담하는 청원서(Form I-129) 비용 780달러 등을 내고 있으며, 새 수수료는 이보다 약 100배 높아진다.
H-1B 제도는 1990년 도입돼 미국 기업이 학사 학위 이상을 가진 외국인 전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취업비자다. 매년 발급 쿼터는 6만5000개, 미국 석·박사 학위자에게는 2만개의 추가 쿼터가 배정된다. 총 8만5000개 비자가 추첨으로 배정되지만, 일부 기업이 대량 신청을 통해 제도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대형 IT 기업과 달리 일부 인력 파견·아웃소싱 업체는 간접적으로 저임금 노동자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비자를 활용해, 매년 신규 비자의 절반가량을 가져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부터 H-1B 개편을 시도해 왔다. 추첨제 폐지, 고임금 일자리 우선 배정, 최저임금 기준 상향 등 규칙 개정이 추진됐으나 법원 제동에 막히기도 했다. 이번 2기 조치 역시 ‘노동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기업들은 “필수 인재 확보가 막힌다”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중국계 인력이 많은 IT 업계에서는 H-1B 근로자가 혁신과 생산성을 높이고, 스타트업의 특허와 투자 유치 가능성을 끌어올린다고 강조한다.
한국에도 영향...진입장벽 높아질 것 vs 한국인 쿼터 늘 것
이번 조치는 한국인 전문 인력과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22 회계연도 기준 한국 국적자가 발급받은 H-1B 비자는 약 2100건으로 전체 승인 건수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수료 급등과 임금 기준 강화는 한국인 지원자들의 진입 장벽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특히 미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 유학생들의 타격이 크다. STEM 전공 졸업 후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를 거쳐 H-1B로 전환하는 경로가 전통적으로 많았으나, 앞으로는 고임금 제안을 받지 못하면 승인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현지 운영도 부담이 늘어난다.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미국 내 연구개발(R&D) 센터와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는데, 본사 엔지니어 파견이나 신규 프로젝트 인력 배치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비자 확보 지연이나 비용 증가로 인해 프로젝트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높은 수수료가 도입되면 일부 아웃소싱·파견업체의 대량 신청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추첨제 남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소규모로 신청하는 한국인 지원자들의 쿼터 확보 가능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임금 기준 상향이 병행될 경우, 경력 초기 인재들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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