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2호기 '재가동' 여부 초읽기…어떤 결과든 파장 불가피

이석주 기자 2025. 9. 2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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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25일 계속운전 승인 여부 결정
승인 의결 땐 그 즉시 재가동 준비 절차
하지만 환경·탈핵단체 반발 더 커질 듯
미승인 경우에도 '제2의 탈원전' 비판↑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가 오는 25일 결정되는 가운데 당국의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확정되면 고리 2호기는 재가동 준비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를 놓고 ‘노후 원전 폐쇄’를 촉구해 온 환경·탈핵단체의 반발은 극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계속운전’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면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2호기는 영구 정지된 1호기처럼 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원전 찬성론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제2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전경. 국제신문DB

▮한수원 신청 2년여 만에 심사 완료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달 25일 열리는 제222회 회의에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안건과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를 각각 상정한다”고 밝혔다.

그간 업계나 환경단체 등에서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 날짜가 ‘9월 25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는 했으나, 원자력 안전규제 당국인 원안위가 회의 개최일을 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고리 2호기는 1977년 5월 26일 착공해 6년 뒤인 1983년 8월 10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두 번째 원전이다.

첫 운전부터 가동을 멈춘 2023년 4월 8일(운영 허가 만료일)까지 40년간 누적 발전량은 1955억㎾h(킬로와트시)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이는 부산시민 전체가 9.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고리 2호기는 운영 허가 만료일에 맞춰 영구 정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고리 2호기 역시 계속 가동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한수원은 2023년 3월 30일 원안위에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고리 2호기는 운영 허가 만료일에 일단 가동을 멈췄다. 그 이후 2년 5개월 만에 원안위 심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사고관리계획서’ 두고 논란 확산

애초 원안위 심사가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절차였던 만큼 현재로서는 ‘계속운전 승인’이 내려질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이럴 경우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은 즉시 재가동 준비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 2호기가 재가동되면 운영 허가 만료일 기준으로 10년 후인 2033년 4월까지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데이터센터 증가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전력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환경·탈핵단체의 반발이 지금보다 더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탈핵부산시민연대를 비롯한 주요 단체들은 기자회견과 용산 대통령실 앞 농성 등을 통해 “고리 2호기 수명 연장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원안위 심사 과정에서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원안위가 수명 연장 결정과 사고관리계획서 심사를 별개로 판단한다는 게 환경·탈핵단체의 주장이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원전에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기술한 문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자력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특히 환경·탈핵단체는 오는 25일 원안위 회의에 사고관리계획서가 상정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한다.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고리 2호기 계속운전 결정을 위해 ‘형식 맞추기’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박상현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안정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고리 2호기를) 그냥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李정부 원전정책 방향 가늠할 듯

원안위가 계속운전을 승인하지 않아도 논란이 예상된다. 수명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첫 원전인 고리 2호기가 재가동되지 않으면 다른 노후 원전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고, 만약 그렇게 되면 AI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리 3호기와 4호기는 각각 지난해 9월과 올해 8월에 2호기처럼 계속운전 심사를 받기 위해 잠시 가동을 멈췄다.

고리원전 이외에도 2030년까지 ▷전남 영광 한빛 1·2호기(각각 2025년 12월·2026년 9월) ▷경북 울진 한울 1·2호기(2027년 12월·2028년 12월) ▷경북 경주 월성 2·3·4호기(2026년 11월·2027년 12월·2029년 2월) 등 총 7개 호기의 원전이 운영 허가 만료로 가동이 중단된다.

일각에서는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여부가 향후 이재명 정부 원전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 계획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활성화 등으로)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원자력 업계·학계 등에서는 ‘제2의 탈원전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최근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첨단산업의 기반이 될 기저 전원으로서 원자력을 배제하고 재생에너지만으로 그 길을 가겠다는 구상은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전반을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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