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뻗친 ‘극우’의 손길···리박스쿨 수사 어디까지 왔나[정리뉴스]
지난 6월3일 치러진 21대 대선을 앞두고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는 극우성향 단체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의 구속영장이 지난 1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사유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손 대표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려던 경찰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리박스쿨은 지난 5월30일 탐사 전문매체 ‘뉴스타파’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 ‘이(리)’와 ‘박’을 딴 리박스쿨은 그 이름대로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배우라”는 사상 아래 만들어졌다. ‘역사 교육’을 주요 활동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조직적인 댓글 조작을 이끈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리박스쿨은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라는 뜻의 ‘자손군’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100명이 넘는 조직원들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조장 역할인 ‘청년 리더’의 지시에 따라 이재명·이준석 당시 후보를 비방하고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특정 댓글에 몰려들어 ‘공감’을 누르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직접 아이디를 만들어 조직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조장 ‘우혁’은 네이버에서 ‘우럭맨’이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며 대선과 관련 없는 날씨·연예 뉴스에도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리박스쿨의 손길은 댓글을 넘어 교실로 뻗어갔다. 그 중심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늘봄학교’가 있었다. 늘봄학교는 방과후학교에 돌봄교실을 통합한 정책으로 2023년부터 추진됐다. 손 대표는 2022년 말 한 역사 세미나에서 ‘초등학생의 역사지식 습득 과정과 경로’를 분석하며 학교 방과후 한국사수업을 언급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리박스쿨의 역사관을 가르치겠다는 손 대표의 계획은 늘봄학교 정책과 맞물려 구체적으로 실행됐다. 이듬해 손 대표는 다른 극우 성향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늘봄학교 필승을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늘봄학교 진출을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 ‘한국늘봄교육연합회’ 등 조직을 통해 조직원 등을 서울·수도권 지역 초등학교 돌봄교실 강사로 취업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고 권위의 초등교사 양성 기관인 서울교대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리박스쿨은 윤석열 정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자문위원명단(145명)엔 손 대표를 포함한 리박스쿨 관련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리박스쿨이 김주성 당시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에게 ‘정치학교장’ 직책을 맡긴 사실, 손 대표가 지난해 6월 ‘이승만의 건국’을 내세운 청소년 단체 ‘KHHC(코리아&하와이 히스토리 클럽)’의 용산 대통령실 견학을 주선해 대통령실에 방문한 사실도 알려졌다. 지난 7월국회에서 열린 ‘리박스쿨 청문회’에서 김천홍 교육부 책임정책관은 손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던 단체가 늘봄학교 사업에 선정되도록 대통령실로부터 압력을 받았고 밝혔다. 손 대표가 교육부 고위공무원에게 리박스쿨 연관 단체 협약을 맺게 해달라고 청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와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했다. 손 대표를 출국금지하고 서울 종로구에 있는 리박스쿨 사무실과 손 대표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손 대표를 비롯해 리박스쿨 조직원 등도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손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지난 16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손 대표의 청문회 속기록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하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실 비서관 등을 비롯해 관련 인물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손 대표와 얽힌 권력 관계가 방대하고 혐의가 다양한 만큼 수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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