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도 인쇄기 발명도…‘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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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다. 돈은 인간이 서로를 신뢰하는 방식이며, 역사를 움직여온 숨은 동력이다."
아일랜드 출신 경제학자인 저자는 '머니: 인류의 역사'에서 정치·문화·종교·혁명 등 우리가 배워온 굵직한 역사적 사건 뒤에는 "언제나 돈이 문제였다"며 돈을 통해 5000년 인류의 역사를 재해석한다.
저자는 루터의 종교개혁은 단순한 신학 논쟁이 아니라, 교회의 재정 운영과 돈의 문제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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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인류의 역사/ 데이비드 맥윌리엄스/ 황금진 옮김/ 포텐업/ 2만8800원


당시 면죄부 판매는 곧 종교개혁의 불씨가 되었고, 돈은 신앙의 위기를 촉발한 매개체로 등장했다. 저자는 루터의 종교개혁은 단순한 신학 논쟁이 아니라, 교회의 재정 운영과 돈의 문제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고 강조한다.
인쇄 기술은 중국(목판)과 한국(금속)에서 인류 최초로 개발되었는데 왜 세계 최초의 인쇄기는 독일에서 발명되었는지도 제시한다. “구텐베르크는 오로지 돈 때문에 성경 사업에 뛰어들었다. 늘 빚에 시달리고 가는 곳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의 인물, 구텐베르크는 성경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걸 알아챘다. 그는 마인츠 대주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걸 간파했다. 그에게는 몹시 다행스럽게도 15세기 독일은 금융혁신으로 대부업자들이 넘쳐났다. 금융혁신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다 보니 시중에는 돈이 남아돌았다. 가난했던 구텐베르크가 만약 투자금을 빌릴 수 없었다면 인쇄기는 독일에서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174쪽)
프랑스 혁명의 지폐, ‘아시냐’도 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평등·박애를 내세웠지만, 그 이상은 돈의 신뢰가 붕괴하는 순간 함께 무너졌다. 혁명 정부는 교회 재산을 담보로 한 지폐 ‘아시냐’를 대량 발행했다. 초기에는 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화폐였으나, 남발과 위조로 인해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혁명의 이상이 돈의 신뢰가 붕괴하는 순간 함께 붕괴했다. 물가는 치솟았고, 민중은 환멸을 느꼈으며, 급기야 혁명 정부는 독재와 폭력으로 치달았다. 돈의 불안정이 정치적 이상을 무너뜨린 대표적 사례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돈의 붕괴가 불러온 재앙을 보여준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다.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 독일은 전쟁 배상금을 감당하기 위해 지폐를 무제한 발행했다. 그 결과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수레에 지폐를 싣고 가야 할 정도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절망에 빠진 시민들은 급진적 대안을 찾았고, 그 빈틈을 나치가 파고들었다. 돈의 붕괴가 정치적 극단주의인 나치즘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 밖에도 라틴 아메리카에서 막대한 금·은을 가져와 한때 유럽 강국으로 도약한 스페인과 포르투갈, 위조지폐를 대량 공급해 영국을 무너뜨리려 했던 히틀러의 계략 등 주요한 역사적 사건과 돈의 상관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고결한 이상과 번드레한 수사 뒤에 숨겨진 진실은 대부분의 혁명이 결국 ‘돈 문제’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돈의 5000년 역사의 관찰을 통해 “돈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돈은 인간의 욕망과 권력, 신뢰의 총합”이라며 “돈이 신뢰를 잃는 순간, 사회는 위기에 빠진다는 역사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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